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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정위, 가습기살균제 세 번째 조사…시효 25일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광고에 대한 재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가습기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 2005년 광고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는 공정위의 세 번째 조사로,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일부 광고를 심의 대상에서 제외한 공정위의 과거 처분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처분·공소시효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애경·SK케미칼 현장조사

6일 업계와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애경산업‧SK케미칼 등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애경은 이번 조사 대상인 광고성 온라인 기사에서 소개된 제품 ‘가습기메이트’의 판매사다. 당시 SK케미칼은 그 제조회사다. 공정위는 판매사뿐 아니라 제조사에 대해서도 표시광고법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공식화한지 만 11년을 맞은 8월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피해자 추모행사 및 기자회견에서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옥시·애경 제품 불매운동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공식화한지 만 11년을 맞은 8월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피해자 추모행사 및 기자회견에서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옥시·애경 제품 불매운동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가습기메이트와 관련해 공정위 조사가 처음 이뤄진 건 2016년이다. 당시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인체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SK케미칼‧애경‧이마트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위법성 판단을 중단했다는 의미로, 사실상 무죄 판단이다.

2016·2018년 이어 2022년 또 조사

이후 2017년 환경부가 CMIT‧MIT 성분의 인체 위해성을 인정하면서 대대적인 재조사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공정위는 2018년 애경과 SK케미칼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각각 8300만원, 3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부당한 표시‧광고를 근거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4년 만에 또 다시 조사가 시작된 건 헌재 결정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가습기살균제 관련 광고성 온라인 기사도 공정위 조사 대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2016년 조사 당시 공정위는 기자 이름이 쓰인 2005년의 온라인 기사는 심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헌재가 기사 형식이라도 광고로 볼 수 있고, 처분시효가 지나지도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당 기사 3건은 여전히 구글과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11월 되면 과징금도 부과 못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세번째 조사는 ‘속도전’이 될 예정이다. 시효가 촉박하기 때문이다. 표시광고법은 제품이 마지막으로 판매를 위해 마트 등에 진열된 시점을 기준으로 공소‧처분시효를 계산한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확인한 바로는 애경의 해당 가습기살균제가 진열된 마지막 시점이 2017년 10월 31일이다. 이번 사건의 처분시효와 공소시효는 각각 5년이다. 이를 계산하면 이달 31일까지만 공정위가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당장 다음 달로 넘어가면 공정위는 과징금이나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없고, 검찰에 고발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가 불가능하다. 공정위가 애경 등을 고발한다면 이를 검찰이 기소하기까지 25일 내로 끝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위도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헌재 결정 직후부터 현장조사에 착수하는 등 이례적으로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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