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대응의 덫…'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오류에 빠진 여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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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정진석 위원장을 필두로 지도부 9명이 마이크를 잡고 공개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국민의힘 대야 공세의 메인 이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평화 쇼가 총체적인 안보 위기를 불러왔다”(정진석 위원장)고 하거나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셀프 초청”(성일종 정책위의장)이라고 비꼬는 등 날 선 발언이 이어졌다. 대신 지난달 22일부터 2주간 논란이 되며 국민의힘이 전면전을 선포했던 MBC의 이름은 자취를 감췄다. ‘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 TF’만이 “민주노총 언론 노조 출신들이 MBC 사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예견된 바”라는 별도의 성명문을 배포했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왜곡 보도 프레임'으로 전환하려 사활을 걸었던 국민의힘이 연거푸 최악의 지지율 성적표를 받아들자 숨 고르기에 나섰다. 6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29%, 34%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긍정평가는 24%, 31%에 불과했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윤석열차

윤석열차

당내에선 “여권의 과잉 대응이 오히려 논란을 확대 재생산 한 일이 반복되며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계속 코끼리만 떠올리는 것처럼, 여권의 연이은 강경 대응이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간단한 유감 표명이면 넘어갈 일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MBC 보도 영상을 반복 청취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당의 윤 대통령 엄호 사격도 같은 맥락에서 도마에 올랐다. 순방에서 돌아온 윤 대통령이 MBC 최초 보도 후 나흘 만인 지난달 26일 “사실과 다른 보도로 한·미 동맹이 훼손됐다”고 주장하자 국민의힘은 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 TF를 구성해 항의 방문(28일) 및 책임자 고발(29일) 등을 이어가며 발을 맞췄다. 그러자 야당과 MBC는 “언론 탄압”의 프레임으로 맞섰다. 사태가 길어져서 여권이 얻은 건 별로 없었다.

 비속어 논란뿐이 아니다. 고교생이 윤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 ‘윤석열차’ 논란도 비슷한 흐름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만화대회 주최 측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향해 “향후 후원명칭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문을 내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으로 판이 커졌다. 논란은 국감 무대로까지 번지고 민주당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국민들이 자꾸 코끼리를 생각하도록 정부가 일을 키웠다는 비판이 국민의힘에서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코끼리 논란에 대한 반론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안이 터지면 대응할 수 밖에 없고, 대응을 안하는 게 낫다는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한가한 얘기"라며 "현재와 같은 미디어 환경이나 국회지형에서 무대응은 곧 그냥 두들겨 맞으란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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