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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봤자 격추될 전투기 띄웠다…美전략자산 맞선 김정은 노림수

중앙일보

입력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4일 오전 일본 열도를 넘어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한 것에 대응해 도발 10시간 만에 F-15K와 F-16 전투기를 투입해 공격편대군 비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훈련에서 대북 경고메시지로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을 투하해 정밀폭격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4일 오전 일본 열도를 넘어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한 것에 대응해 도발 10시간 만에 F-15K와 F-16 전투기를 투입해 공격편대군 비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훈련에서 대북 경고메시지로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을 투하해 정밀폭격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공중 무력 위협'까지 구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6일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의 동해 재전개를 겨냥해 오전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데 이어 오후엔 군용기 12대를 전격 출격시켜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에 한국 공군도 30여대 전투기를 출격시키면서 이날 오후 한때 한반도 상공에서 40여대의 남북 전투기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열악하다고 평가받는 공군 전력을 활용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공군 전력을 활용한 도발은 굉장히 새로운 현상으로 전방위적인 긴장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며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다양한 장소에서 발사한 데 이어 공군전력까지 동원하면서 한·미·일의 대비를 어렵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공중 전력에 관한 한 한·미가 북한을 압도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북한은 수십 년 된 노후 전투기를 주력으로 보유한 데 비해 한·미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까지 운용하고 있다. 남북이 공중전을 벌일 경우 북한군은 F-35 전투기를 식별하지도 못한 채 격추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박원곤 교수는 "공군 현대화에 실패한 북한이 절대적 열세에 있는 공군 전력까지 동원했다는 건 모든 자원을 다 끌어모아서 대응하겠다는 의미"라며 "향후 도발과 위협 수위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예고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이 항공 전력을 이용해 무력시위에 나선 건 손에 꼽힐 정도다. 탈북자 단체가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했던 지난 2012년 10월 평양 방어를 담당하는 북한의 '미그-29' 전투기 4대가 군이 설정한 전술조치선을 넘어 휴전선 인근까지 내려왔었다. 미그-29는 북한 공군 내에선 상대적으로 최신 기종이지만 도입한 지 30년이 넘었다. 이밖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2014년부터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열어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응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엔 보란 듯이 12대를 동원해 사격훈련까지 감행하면서 모든 전력을 다 동원해 전면전을 불사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북한이 벼랑끝 전술로 다시 회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과거 허를 찌르는 도발로 한국군을 공격한 전례가 있다.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전(2010년)이 대표적이다. 느닷없이 연평도를 선제 포격해 남북 간 교전을 벌였고, 공격 주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수중 공격으로 천안함을 폭침시켜 한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모두 예측을 뛰어넘는 도발이었다. 이번 군용기를 동원한 위협 역시 언제 어디서건 예상을 뛰어넘는 대남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게 된다.

북한은 이날 공중 무력시위로 항공유 부족으로 공군 전력 운용이 어렵다는 관측도 깨버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항공유가 부족하고 공군 전력이 열세인 북한으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미국의 전략자산에 대해서도 기꺼이 정면승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한반도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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