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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소각장? 우리 동네 해달라" 이 동네 움직인 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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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마포소각장추가백지화투쟁본부 회원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오세훈 서울시장 자택 앞에서 지역내 소각장 추가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뉴스1

마포소각장추가백지화투쟁본부 회원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오세훈 서울시장 자택 앞에서 지역내 소각장 추가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뉴스1

2026년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생활폐기물 매립이 금지됨에 따라 새로운 쓰레기 소각장(소각장) 설치가 필요한 지역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피 시설로 분류되는 소각장을 놓고 지역별 대응이 제각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유치경쟁을 하지만 후보지를 지정하자 반발하는 곳도 있다.

소각장 '유치' 경쟁 나선 마을들 

6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달 26일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를 소각장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곳에서는 하루 380t 규모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제주도는 소각장이 들어서는 지역에 260억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마을 3곳이 “우리 마을에 해달라”며 나섰다. 후보지인 상천리에는 소각시설 설치비용의 20% 범위에서 주민편익시설이 설치된다. 또 매년 폐기물 반입수수료의 10%가 주민지원기금으로 조성돼 소득증대·복리증진사업 등에 쓰인다.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에 쌓였던 쓰레기 더미들 자료사진. [중앙포토]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에 쌓였던 쓰레기 더미들 자료사진. [중앙포토]

머리 맞댄 순천·여수·광양 

생활권이 같은 전남 순천·여수·광양시는 최근 광역 쓰레기 처리시설(소각·매립장) 설치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공동 운영에 따른 비용 절감과 효율성, 여수·광양 산단과 연계한 에너지원 확보 측면에서 광역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다.

순천에선 하루 200t의 폐기물을 왕조동 쓰레기 매립장과 주암면 자원순환센터에서 처리해 왔으나, 왕조동 매립장이 거의 포화 상태여서 추가 신설이 시급하다. 쓰레기 처리시설이 부족한 건 여수와 광양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세 지자체 모두 “세 지역이 합의를 보려면 더 많은 시간과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다.

비수도권은 2030년부터 쓰레기 매립이 금지된다. 묻으려면 반드시 소각 또는 재활용을 거쳐야 한다. 이를 어긴 해당 지자체장에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앞서 순천시는 2018년부터 재활용과 소각·매립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폐기물 처리시설인 ‘클린업환경센터’ 건립을 추진하면서 입지 가능 대상지 4곳을 선정했다. 하지만 환경 오염 등을 주장하는 주민 반대로 첫 삽도 뜨지 못했다.

9월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2청사에서 시민들이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입지 후보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 과정·결과 개요를 살펴보고 있다.   신규 소각장 입지 후보지로 마포 상암동이 선정된 가운데 서울시는 입지 후보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 과정·결과 개요를 이날부터 20여 일간 공개했다. 뉴스1

9월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2청사에서 시민들이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입지 후보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 과정·결과 개요를 살펴보고 있다. 신규 소각장 입지 후보지로 마포 상암동이 선정된 가운데 서울시는 입지 후보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 과정·결과 개요를 이날부터 20여 일간 공개했다. 뉴스1

마포 소각장 18일 주민설명회  

서울시는 지난 8월 마포구 상암동을 추가 소각장 후보지로 선정했다. 소각장 영향 권역(반경 300m) 안에 주택이 없는 데다 예정지가 시 소유 땅이라 토지를 살 때 드는 비용·절차가 필요 없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더욱이 쓰레기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할 수 있는 조건도 갖췄다. 서울시는 새 소각장을 스키장·암벽장을 설치한 덴마크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처럼 ‘명소’로 지을 방침이다. 1000억원 규모의 주민편익시설 건립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마포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집 앞 등에서 시위를 했고, 상암동 곳곳엔 반대 현수막이 걸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설명회를 통해 후보지 선정 과정에 대한 주민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입지선정위 회의록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 모습.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 발생한 종량제 쓰레기의 직접 매립이 금지된다. 소각 또는 재활용한 뒤 묻어야 한다. 연합뉴스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 모습.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 발생한 종량제 쓰레기의 직접 매립이 금지된다. 소각 또는 재활용한 뒤 묻어야 한다. 연합뉴스

새 소각장 건립 시급한 서울 

환경부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하루 3687t(2020년 기준)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이 중 2475t을 소각하고 1083t은 매립, 129t은 재활용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5곳을 운영 중인데 시설용량이 2898t에 불과해 새 소각장 건립이 시급하다.

인천시도 하루 쓰레기 발생량(1150t)보다 소각시설 용량(999t)이 부족하다. 현재 광역 소각시설 2곳(540t)을 신설하기 위해 입지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경기도도 소각시설 용량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고양·부천·안산·남양주 등 8개 시는 반드시 시장 임기 내 소각장을 짓거나 증설해야 한다.

환경부, 소각장 건립 촉구 공문 발송 

앞서 환경부는 지난 7월 서울과 인천·경기도 8개 시에 소각장 설치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과 경기·인천 수도권은 2026년부터 생활 폐기물을 매립할 수 없다.

사용 연장도 진통을 겪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의 경우 1999년 지은 영통 자원회수시설을 보수, 2038년까지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지난달 29일 이전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벌써 2025년 말까지 대체부지를 선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파격적인 인센티브 외에도 환경 관련 기초시설을 이웃 자치단체 간 서로 분담하는 순환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소각장을 모든 지자체에 설치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소각장 인근 주민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고도화된 소각장이나 음식물, 재활용처리시설 같은 환경 관련 기초시설을 권역별로 서로 분담해 맡는 순환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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