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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보훈부 격상, 동포청 신설…행안부,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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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성가족부가 출범 21년 만에 부처 폐지의 갈림길에 섰다. 또 국가보훈처는 국가보훈부로 격상하고 재외동포청도 신설한다. 행정안전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안에 따르면 2001년 출범한 여가부는 폐지하고 청소년·가족·양성평등 업무는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 이를 위해 인구·가족·아동·청소년·노인 등 생애주기 복지정책과 양성평등·권익증진 기능을 총괄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복지부에 신설한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은 장관과 차관의 중간급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행안부 재난관리본부장처럼 보다 전문적인 정부 역할과 보다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할 때 본부장 제도를 도입한다”며 “차관보다 높은 직급”이라고 설명했다. 정선용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도 “본부장은 국무회의에 상시 배석해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권한이 커질 보건복지부와 관련해 이 장관은 “당장 보건부·복지부로 분리하거나 부총리급으로 격상할 필요성은 없다”며 “향후 그럴 필요성이 제기되면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여가부 여성고용 기능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한다. 행안부는 “복지부 아동보육·노인 분야와 여가부 청소년·가족 업무를 한 부처에서 담당하면 전(全) 생애 주기에 따른 종합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며 “여성고용 기능을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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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우주항공청·출입국이주관리청 신설도 추진

국가보훈처는 국가보훈부로 격상한다. 국가보훈부 장관은 국무회의·관계장관회의 참석이 가능하고 국무위원으로서 부서권과 독자적 부령권(장관이 내리는 명령)을 갖는다. 이에 비해 처장은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권이 없고, 부령을 발령할 권한이 없다. 정부는 “국격에 걸맞은 보훈체계를 구축하려면 국가보훈 조직·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부(部) 단위 기관으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조직·기능을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는 또 재외동포청을 신설하기로 했다. 재외동포청은 외교부 재외동포 정책과 재외동포재단 사업 기능을 넘겨받는다. 영사·법무·병무 등 원스톱 민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여기에다 외교부 소속 재외동포정책위원회를 설치해 중장기 정책 방향을 세우는 등 재외동포정책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주항공청·출입국이주관리청 신설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전문가형 조직 구성 등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연내 설립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며, 출입국이주관리청은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 연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국가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에는 야당이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여가부 폐지에는 다소 이견이 있었다”며 “차관이 이끌던 여가부 조직을 차관보다 한 단계 높은 본부장이 이끌기 때문에 실질적 위치는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여가부 내부 분위기는 이미 폐지가 예고돼 있었던 만큼 큰 동요는 없어 보였다. 여가부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크게 뒤숭숭한 분위기는 아니다”며 “직원들이 맡은 업무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가부가 담당하는 아이 돌보미 사업은 보육과 관련돼 있고, 가정폭력 문제는 아동학대와 연결된다”며 “저출산 관련 인구정책에서도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 다른 여가부 관계자는 “복지부라는 큰 우산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며 “당초 권익 업무가 법무부로 가게 될까 봐 우려가 있었는데 직원들이 다 같이 움직이니 다행이란 반응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선 직원들은 복지부와 고용부가 모두 세종시에 있는 만큼 당장 거취 문제에 대한 걱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는 서울에서 세종으로 이전하지 않은 5개 부처 중 하나다. 여가부의 한 사무관은 “1년 내내 폐지 얘기가 오고갔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다”면서도 “갑자기 세종시로 근무지가 바뀌게 되는 부분은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일부 여성단체는 여가부 폐지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여가부 폐지’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단체는 “여성이 폭력 피해를 겪고 일터에서 살해당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며 “할 일이 산적한 여가부를 폐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으로 양성평등의 정책 컨트롤타워가 없어지는 것 같아 걱정은 된다”면서도 “그간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인구와 가족, 여성 정책을 효율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대로 정부 조직이 개편되면 현행 18부·4처·18청·6위원회(46개)가 18부·3처·19청·6위원회(46개)로 바뀐다. 국무위원 수는 18명으로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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