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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일 정상의 안보협력 공감, 관계 개선으로 이어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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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뉴욕회담 이어 윤석열·기시다 통화

신뢰 바탕으로 현안 해결 앞당기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어제 오후 전화 통화를 하고 공동 현안을 논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통화에 이은 윤-기시다 통화는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간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한 긴급 대응의 성격이 짙지만, 한·일 양자 관계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지난달 21일 뉴욕에서의 약식 대면회담에 이어 2주 만에 전화로 두 나라 정상이 현안을 논의한 것 자체가 문재인 정부 시절 악화일로였던 두 나라 관계가 차츰 개선의 수순을 밟아 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한·일 관계의 개선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 두고 노력해 왔다. 경제 분야와 국제 현안에서의 협력 등 관계 개선이 시급한 이유가 다방면에 걸쳐 있지만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안보협력이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이어지는 지금이야말로 안보협력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최근 러시아의 핵 사용 시사 등 국제 환경 변화를 북한이 악용할 경우 동북아 지역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주한미군과 유엔사의 후방 지원 역할 등을 감안할 때 한·일 안보협력은 유사시 한·미 동맹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일 두 정상은 안보협력의 필요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어제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빈틈없이 챙기겠다”고 말했고, 기시다 총리는 “안보 문제에서 한국과 긴밀히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했다.

안보협력이 원활하고 긴밀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악화된 관계 개선과 신뢰 회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일보 직전까지 갔던 것처럼 양자 관계 갈등이 안보협력에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반대로 차근차근 안보협력을 다져 나가는 과정에서 쌓인 신뢰가 관계 개선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8·15 경축사 등 기회 있을 때마다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였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 3일 임시국회 연설에서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할 때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말했다. 이는 올 1월 국회에서 “중요한 이웃 나라 한국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전향적인 변화다.

양국 관계에는 강제징용 문제라는 큰 걸림돌이 남아 있다. 한국 정부는 국내 피해자들의 법적 권리를 존중하는 동시에 일본 정부 및 관련 기업이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 두 나라 정상이 안보협력에 공감대를 이뤄낸 데 이어 열린 마음으로 묵은 갈등을 털어내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