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21년 만에 여가부 폐지, 성평등 정책 후퇴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6일 행정안전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관련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두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뉴스1

6일 행정안전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관련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두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뉴스1

젠더 갈등 끝내려면 ‘성평등가족부’ 검토할 만

재외동포청, 국가보훈부는 초당적 협조 기대

행정안전부가 어제 여성가족부 폐지와 재외동포청 신설, 국가보훈부 승격을 핵심으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해 저출산 문제 해결에 일조할 이민청 설립이 빠진 건 유감이다.

그러나 재외동포청 신설과 국가보훈부 승격은 의미가 있다. 재외동포청은 앞으로 732만 우리 동포가 해당 국가에서 차별받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권익을 누리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이 글로벌 국가로 도약하는 데 동포들의 역할도 정부와의 유기적 협조를 통해 더욱 커질 것이라 기대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순국선열의 정신을 기리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그러나 지금까진 이념 논쟁에 치우쳐 호국영령의 정신을 계승하고 유족을 예우하는 데 소홀한 점이 있었다.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격상하는 것을 계기로 정부는 일제강점과 전쟁의 상처를 보듬고 흔들림 없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닦아야 한다.

두 안건은 더불어민주당도 이견이 없어 초당적 협조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성가족부 폐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민주당의 반대 가능성이 커 국회 통과도 불투명해 보인다. 게다가 조직이 비대해 분리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보건복지부 산하로 편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많다.

그동안 여가부가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나 정치화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난 정권 인사들의 잇따른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를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정의기억연대 사태에선 마치 편향된 여성단체인 것처럼 행동했다. 여가부 폐지의 원인 제공은 ‘문재인 정부 여가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폐지만이 대안은 아니다. 제도적 성차별은 많이 사라졌지만 출산과 육아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가사 불평등과 여성의 경력 단절은 엄연한 현실이다. 여성의 사회적 성취를 가로막는 유리천장도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는 자칫 성평등 정책의 후퇴를 부를 수 있다.

물론 정부가 제시한 복지부 산하의 여성가족본부가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과거 외교부 산하에 있던 통상교섭본부도 독립적 활동을 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큰 성과를 냈다.

하지만 현 정권에 그럴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조직개편을 한다기보다 대선 때 효과를 본 공약을 다시 꺼내 국면 전환용으로 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초 대선 공약처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한다면 어떨까. 여가부의 영문 이름(Ministry of Gender Equality & Family)처럼 남녀 누구도 젠더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기능은 꼭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