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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진석 비대위 인정…여당 석달만에 ‘이준석 굴레’ 벗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법원이 6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정 비대위원장이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이 6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정 비대위원장이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이 6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8월 26일 ‘주호영 비대위’의 효력을 정지시켰던 것과 정반대 취지의 결정이 나오면서, 7월 8일 국민의힘 윤리위의 징계로 시작된 ‘이준석 사태’는 90일 만에 사실상 소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 황정수)는 이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또 비대위 구성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은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각하했다.

재판부는 국민의힘이 지난달 5일 전국위에서 통과시킨 당헌 개정안에 대해 “정당이 민주적 내부질서 유지를 위해 당헌으로 대의기관 및 권한을 어떻게 정할지는 자유 영역”이라며 “해석의 여지가 있었던 불확정 개념인 비상상황을 배제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요건을 정했다”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당헌 개정안을 통해 ▶당 대표 사퇴 등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 사퇴 등 비대위 설치 요건을 구체화했다. ‘당 대표 궐위나 최고위 기능 상실 등’으로 규정된 기존 당헌의 모호성이 법원의 주호영 비대위 효력정지 판결을 불러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재판부는 당헌 개정 과정에도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결론냈다. ‘이 전 대표의 대표직을 박탈하는 처분적 성격의 소급 적용’이라는 주장에 대해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개정당헌을 의결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동기에 불과하다. 적용 대상이 채권자(이준석)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비합리적이거나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에는 “개정당헌 의결 효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대한 하자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준석

이준석

국민의힘은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를 잡았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 여당 지도 체제를 안정적으로 확립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튼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당연한 결정”이라고 했다. 차기 당권 주자들은 “만시지탄이지만 법원이 이제라도 정상적 판단을 내린 것은 다행”(김기현 의원) “이제 혼란을 정리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안철수 의원) 등의 입장을 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심의에 나선 당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 역시 한숨을 돌렸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했다면 제명 등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지만, 가처분 기각으로 선택지가 넓어졌다. 당 관계자는 “혹독한 집안싸움에서 벗어나 야당과의 경쟁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했다.

반면에 이 전 대표는 장외 여론전이나 자신에게 우호적인 당원 가입을 유도하는 전략이 현실적으로 남은 선택지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두 번의 선거에서 이겨놓고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때로는 허탈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덩어리진 권력에 맞서 왔다”며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친윤계와 각을 세웠던 김웅 의원 역시 “법원의 결정은 존중돼야 하지만 제비를 쏜다고 봄을 멈출 순 없다”고 했다.

양측의 상반된 입장에 이날 국민의힘에서는 “총선을 제대로 치르려면 당과 이 전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갈등을 봉합할 계기가 마련돼야 하지 않겠나”(중진 의원)라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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