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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 유지 결정…“절차적 하자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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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6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8월 26일 '주호영 비대위'의 효력을 정지시켰던 것과 정반대 취지의 결정이 나오면서, 이준석 전 대표 징계 이후 국민의힘 혼란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 황정수)는 이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현 비대위원들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또 비대위 구성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은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각하했다.

앞서 같은 재판부가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근거는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설치해야 할 ‘비상상황’에 있지 않았다는 실체적 내용에 대한 판단이었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을 바꾸고(9월 5일), 정진석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을 의결(9월 8일)·임명한 뒤 상임전국위에서 비대위원 6명을 임명(9월 13일)하는 등 새 비대위 체제가 꾸려지는 일련의 과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과정에서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것이 재판부 결론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2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국민의힘 개정당헌 효력 정지 등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2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국민의힘 개정당헌 효력 정지 등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의 1차 가처분 결정으로 주호영 비대위 체제가 무너지자 국민의힘은 9월 5일 전국위를 열고 당헌을 바꿨다. 비대위 설치 요건으로 ▶당 대표 사퇴 등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 사퇴 등 궐위 ▶그 밖에 최고위 전원 찬성 등을 명시하는 내용이었다. 종전 당헌이 비대위 설치 요건을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으로만 정해 해석상 분쟁이 생겼고, 이 때문에 주 전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결정이 나왔다고 본 데 따른 것이다.

법원 “당헌 개정, 이준석만 겨냥한 것 아냐”

재판부는 먼저 “정당이 민주적 내부 질서 유지를 위해 당헌으로 대의기관 조직 및 권한을 어떻게 정할지는 정당의 자유 영역”이라고 했다.

즉, 주호영 비대위 체제 당시 문제가 됐던 당헌의 적용 부분과 당헌 자체의 개정은 사안이 다르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정당의 활동이 당헌에 위배되는지를 심사하는 경우와는 달리, 정당 대의기관 조직 및 권한에 관한 당헌을 개정한 경우 그 내용 자체가 헌법·법률에 명백히 위반되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의 의사를 존중해 그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국민의힘 개정 당헌은 그 내용 자체가 헌법이나 법률에 명백히 위반된다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종전에 해석의 여지가 있었던 불확정개념인 비상상황을 배제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요건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이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개정당헌을 (전국위서) 의결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당헌 개정의 동기에 불과하다”며 “(개정 당헌의) 적용 대상이 채권자(이준석)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비합리적이거나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를 콕 집어 겨냥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바꾼 당헌이 법이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게 아니면 정당의 영역이기에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 대리인은 지난달 28일 심문기일에서 “(개정 당헌에 따른) 비대위 설치는 비상상황 때문인 게 아니고, 당대표 축출이라는 불법적 목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개정 당헌이 직접 이 전 대표에게 권리나 의무를 발생하게 하는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이미 종결된 사실·법률관계 적용을 금지하는 ‘소급입법 금지’ 주장에 대해선 “정당 당헌에 직접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헌이 바뀌는 전후 과정에서 권성동 당시 당대표 직무대행이 지난달 2일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지위로 개정안을 공고하는 등의 절차상 하자가 일부 있을지언정 “개정당헌 의결 효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대한 하자는 아니다”고 짚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기각과 관련해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기각과 관련해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국회부의장이었던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겸직 논란에 대해서도 “국회부의장은 국회의원직을 겸할 수 있고 당적을 가질 수 있다”며 “국회의원은 관련법에 따라 정당직을 겸할 수 있으므로, 국회부의장도 정당직을 겸할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가 이날 결정을 내린 가처분 신청 사건은 총 3건이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전국위 당헌 개정 의결 효력 정지(9월 1일) ▶정진석 비대위원장 직무정지(9월 8일) ▶정진석 체제 비대위 위원 직무정지(9월 15일)를 요청하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각각 냈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은 모두 각하됐다.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 지위나 권한 등에 영향을 미치는 소송당사자로 볼 수 없단 이유에서다. 특히 전국위가 당헌개정을 의결한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이준석) 당대표 지위와 권한 상실은 당헌개정안 의결 때문에 직접 발생하는 게 아니다”며 “이 전 대표가 당헌개정안 의결의 효력정지를 구할 신청의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리인은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결정 당시 문제 됐던 내용들이 당헌개정을 통해서 해소됐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전 대표 대리인은 “결정문을 분석한 뒤 이의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국민의힘 개정 당헌 과정과 내용을 살펴본 뒤 ‘사법부가 개입할 정도의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정당의 당헌·당규가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바뀌고, 그에 따라 비대위가 설치된 것에 대해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재판부 결정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앞으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고 글을 올렸다. 한편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6일 오후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상태인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안을 심의한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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