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100년 넘게 발 디딜 수 없었던 서울 '송현동 부지'가 녹지광장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전체를 ‘열린송현녹지광장’(송현광장)으로 만들어 7일 오후 5시 30분 개장한다고 6일 밝혔다. 다만 이는 임시개장으로 2024년 말까지 2년간 동안 시민이 이용할 수 있다. 2025년부터는 ‘이건희 기증관’을 포함한 ‘송현문화공원’으로 만들어 2027년 다시 열 예정이다.
2022~2024년까지 ‘열린송현녹지광장'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하며 현재 3.7% 수준인 서울 도심 녹지율을 15%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송현동 부지도 건물 숲을 이룬 종로구에서 광화문·서울 광장을 잇는 새 녹지축으로 거듭난다.
송현동 부지는 우선 4m 장벽을 1.2m 돌담으로 낮췄다. 이 장벽은 서울광장 면적의 3배에 달하는 부지 3만 117㎡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담이 낮아진 만큼 근처 율곡로·감고당길·종친부길에서도 송현광장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광장 안에는 보행로를 내 100년 넘게 단절됐던 경복궁~북촌을 다시 이었다. 그늘막·벤치 등 최소한 시설물만 배치했다.
시는 또 송현광장을 휴식공간뿐 아니라 ‘문화예술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3년 5~10월엔 서울건축비엔날레가 열린다. 올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도 내년부터 삼성동 코엑스가 아닌 송현광장에서 열 예정이다.
유리상자 출연…7일 ‘가을달빛송현’ 개장 행사
개장일인 7일 오후 5시 30분부터 ‘가을달빛송현’ 행사가 열린다. 퓨전 국악팀 ‘라온아트’ 공연을 시작으로 이세준·임지안·몽니·안녕바다 등 가수가 무대에 오른다. 또 부지 한편에는 이건희 기증관 예술작품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영상 전광판’과 송현동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의 벽’이 마련된다.
임시개방 2년이 지나면 ‘이건희 기증관’이 있는 ‘송현문화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공사에 들어간다.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 품은 송현동 땅
송현동 부지는 굴곡진 한국의 근현대사가 담긴 곳이다. 조선 시대 왕족과 명문 세도가들이 살던 이 땅은 구한말 친일파 윤덕영·윤택영 형제 손에 넘어갔다. 이후 1938년 일제강점기 수탈기관인 조선식은행에 이전됐고 해방 이후에는 미국에 양도돼 미 대사관 직원의 숙소가 들어섰다.
미국이 부지를 국방부에 반환한 이후 2006년 삼성생명이 현대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해 매입했다. 하지만 고도·용적률 제한 등 규제 등을 이유로 다시 내놓았다. 당시 한진그룹이 한옥 호텔을 짓겠단 계획으로 땅을 매입했지만, 마찬가지로 법령상 문제가 있었다. 한진은 행정소송까지 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해 개발은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은 대한항공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땅을 매각하고 LH와 서울시가 부지를 맞교환하는 제3자 매입 계약 방식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소유권은 곧 서울시가 갖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회색빛 빌딩 숲에서 ‘녹지생태도심’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규모 녹지 확보가 중요했다”며 “100여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올 송현동 부지는 누구나 와서 쉬고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