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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항모 유턴하자 김정은 또 미사일 쐈다…핵실험 명분 쌓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6일 오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또 발사했다. 지난 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한 지 이틀만이자 최근 12일간 6번째 무력시위다.

 북한이 평양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6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미사일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는 모습. 뉴스1

북한이 평양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6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미사일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는 모습. 뉴스1

특히 이날은 미사일 발사에 앞서 북한 외무성 공보문을 통해 "미국이 조선반도 수역에 항공모함타격집단을 다시 끌어들여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의 정세안정에 엄중한 위협을 조성하고 있는 데 대하여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의 동해 재전개를 겨냥한 무력시위라는 의미다.

'딴지' 명분은 확장억제

외교가에선 대미 정책을 담당하는 외무성이 공보문을 낸 것에 대해 "미사일을 쏜 후 침묵 기조를 이어가던 북한이 대미 메시지를 발신하기 시작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한국의 국방부에 해당하는 국방성이나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가 아닌 외무성이 나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외무성 공보문을 통해 미국에 다시 한번 나름대로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이 지난달 29일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는 모습. 뉴스1

한미 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이 지난달 29일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는 모습. 뉴스1

이러한 강공 시위는 미국이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면서 확장억제에 나선다면 북한 역시 무력시위의 빈도와 수위를 높이면서 '정면승부'로 맞서겠다는 신호로 볼 여지도 있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공갈이 가중될수록 그를 억제하기 위한 우리의 힘도 정비례하여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북한이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전개해 있는 해상으로 미사일을 쏜 것 역시 대미 정면승부 기조를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엄중한 위협으로 인식한다"며 "향후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면서 대응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견제하며 핵실험 명분 쌓는 北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구도가 한·미·일 밀착에 맞선 북·중·러의 결집과 유사하게 흐르는 상황도 북한의 추가 도발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5일(현지시간) 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의 IRBM 도발 문제를 논의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 채택이 좌절됐다. 동시에 중·러의 사실상 '지원사격'을 받은 북한은 연일 한·미·일 밀착 움직임을 맹비난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북한 대외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도 "남조선 괴뢰들이 미·일 상전에게 더 바싹 다가붙어 그들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는 것으로써 제 놈들의 목숨을 부지해보려 한다"며 한·미·일의 대북 공조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7차 핵실험 등 극단적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켜 미국과 체제보장·핵보유국 인정 등의 협상을 벌이려는 것이 북한의 기본 전략"이라며 "한·미·일 밀착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전술핵 운용이 가능한 미사일 개발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질주엔 초조함이 반영돼 있다"며 "몰아치듯 무기 성능 시험을 계속하다가 7차 핵실험까지 방점을 찍고 태세를 전환해 미국과 담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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