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빠가 돈 빌려주고 아들이 원금‧이자 받고…편법 증여 세무조사

중앙일보

입력

국세청이 세금을 내지 않고 부를 대물림하는 불공정 탈세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간다. 이들은 사실상 국내에 거주하면서도 해외이주를 가장해 해외에 있는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기업 자금을 직원 명의로 분산해 관리하면서 자녀에게 우회 증여한 혐의를 받는다.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6일 세종 국세청에서 고액자산가들의 지능적·불공정 탈세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국세청]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6일 세종 국세청에서 고액자산가들의 지능적·불공정 탈세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국세청]

상속·증여 변칙 탈세 99명 세무조사

6일 국세청은 고액자산가와 자녀 99명의 변칙 상속‧증여 행위를 포착해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부동산‧주식 등을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는 방식이 국세청에 번번이 적발되자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편법 증여 방식도 진화했다. 해외를 거치거나 차명의 금융자산이나 법인을 우회하는 방식이 주로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지능적 증여세 탈루 방식 중 하나는 허위 거래다. 무직인 A씨는 최근 고액의 부동산과 주식을 취득했는데 이를 의심한 국세청이 자금 출처를 분석한 결과 A씨가 한 법인에 수십억원을 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가로 법인으로부터 이자와 원금을 받았고, 그 돈으로 부동산을 구매했다.

A씨는 일정한 소득이 없었는데 국세청은 법인에 수십억원을 대여하는 시점에 그의 부친 계좌에서 예금이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국세청은 해당 회사도 A씨 부친이 대표로 있는 만큼 A씨 아버지가 자녀 명의로 대여금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증여세를 탈세했다고 보고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료 국세청]

[자료 국세청]

세금을 내지 않고 돈을 물려주기 위해 직원 명의 등 차명계좌까지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B씨는 허위세금계산서, 인건비 부풀리기 등을 통해 법인소득 수십억원을 빼돌렸다. 이 돈은 임직원과 친인척 명의 계좌로 분산해 관리했다. 차명 계좌로 들어간 돈은 투자에 사용되거나 아들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있는데 해외이주 신고, 왜?

국세청은 해외 자금거래를 통한 증여세 탈루 의심 사례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진행한다. 외환 송금을 이용해 편법으로 증여하거나 해외이주 신고를 통해 과세당국 감시망을 피한 21명이 대상이다.

C씨는 해외이주 신고를 하고 해외 계좌로 돈을 보냈는데 그는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하면서 신용카드까지 결제하고 있었다. 해외로 나간 자금으로 국외자산을 취득한 기록도 없었다. 그런데 이후 실제 국외에 거주하던 C씨의 아들이 국내의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취득한다. 국내 거주자가 아니고 국외재산을 증여한 경우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국세청은 C씨를 사실상 국내 거주자로 보고 증여세 조사에 착수했다.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편법으로 부를 승계하는 반칙 탈세 등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악의적 탈세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일부 자산가들이 변칙적 방법으로 세 부담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만큼 해외 이주자 통합조회시스템을 개발해 검증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