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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 "美 핵무기 공유해달라"…푸틴 핵위협 대비

중앙일보

입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접경 국가인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미국에 핵무기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대통령궁에서 열린 군 환영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대통령궁에서 열린 군 환영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두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폴란드 일간 가제타 폴스카와 인터뷰에서 "우리에겐 핵무기가 없지만, 핵 공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잠재적인 기회는 항상 있다"면서 "미국이 핵 공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 미국 지도자들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놓고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도발적인 성명"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폴란드의 이런 요청은 서방에서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가장 최근의 사례"라면서 "핵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는 한편, 억제 계획이 실패할 경우 가장 큰 징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5월 러시아는 폴란드 북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핵 공격 모의훈련을 벌였다. 또 지난 8월 폴란드 동쪽에 있는 친러시아 국가 벨라루스는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은 핵무기를 자국의 전투기에 장착해 서방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두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폴란드 내에서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다만 미 백악관 관계자는 "폴란드의 이 같은 요청을 알지 못한다"면서 "폴란드 정부에 추가 질문을 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두다 대통령은 핵무기 공유 문제를 놓고 미정부에서 누구와 대화를 나눴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미국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나토 32개국(스웨덴·핀란드 가입 절차 중) 중에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 등 3개국뿐이다. 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벨기에·튀르키예(터키) 등 5개국은 미국의 핵무기 공유에 따른 핵 억지 전략에 따라 전술핵 B61을 100여기 배치해 놓고 있다.

이 국가들이 핵무기를 사용하려면 미국은 물론 나토 회원국의 만장일치 결정이 필요하다. 결정되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투기를 이용해 배치 국가의 공군이 투하한다. 폴란드도 이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배치될지는 미지수다.

가디언은 "미국 핵무기를 폴란드로 옮기는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냉전 종식 후인 1997년의 나토-러시아 기본협정을 위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도 "폴란드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푸틴 대통령이 이전에 '러시아 뒷마당에서 나토의 군사력이 확장되면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것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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