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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담요' 유럽서 없어서 못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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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앞둔 유럽인들이 ‘이것’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바로 ‘중국산 전기담요’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고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유럽에서는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히터 대신 전기담요와 전기장판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중에서도 중국산 전기담요는 낮은 전력 소모와 높은 에너지 효율로 유럽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중국산 전기담요. 사진 36kr

중국산 전기담요. 사진 36kr

지정학적 갈등, 인플레이션 등의 타격으로 올해 유럽으로 수출된 중국산 가전제품이 줄어든 가운데, 전기담요를 비롯한 난방 기기의 수출만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중국 세관 총서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중국 가전업계의 대유럽 수출액은 149억 3000만 달러(약 21조 5141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반면에, 동기간 중국산 전기담요의 대유럽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상승한 3340만 달러(약 477억 4500만 원)를 기록했다. 아직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지난 7월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는 중국산 전기담요 129만 개가 판매됐다.

유럽에서 중국산 전기담요가 가장 많이 팔린 국가는 독일,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이다. 영국의 유명 백화점 체인 존 루이스는 올해 전기담요 매출이 전년 대비 67% 늘었고, 온라인상의 전기담요 검색량은 470%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2년 1월-7월 중국산 전기담요 대유럽 수출량 . 사진 金十數據

2022년 1월-7월 중국산 전기담요 대유럽 수출량 . 사진 金十數據

월동준비 들어간 유럽인들,
가중된 연료비 부담에 중국산 전기담요 찾아
생산 공장 완전가동해도 수요 못 따라간다.

유럽은 난방 등 열 생산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유럽의 겨울나기는 천연가스 비축량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BP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 28개국 가정 61%가 중앙난방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 중 42%가 천연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며, 유럽인들의 연료비 부담이 가중하고 있다. 최근 1년간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3배 가까이 뛰었다. 투자 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지난해 9월 16일 MWh(메가와트시) 당 63.25유로에서 지난달 16일 187.79유로로 급등했다.

사진 텅쉰왕

사진 텅쉰왕

천정부지로 솟은 천연가스 가격에 놀란 유럽인들은 겨울을 대비해 연료비 부담이 적은 중국산 전기담요를 사들이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정격 출력 100w 전기담요 하나를 밤새(8시간) 켜는 데 드는 전기 요금은 0.42파운드(약 675원)로 일반 히터를 트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현재 전기담요는 영국 아마존의 가정·주방용품 부문 베스트셀링 제품 목록에 포함됐다.

대륙 건너 주문량이 급증하자, 중국의 전기담요 공장들은 완전가동에 들어갔다. 광둥성 둥관(東莞)은 아직 여름 더위에 허덕이고 있지만, 전력을 다해 유럽의 월동준비에 동참했다.

둥관에 소재한 전기담요 생산업체 광둥톈웨이즈놘(廣東天薇智暖)의 공장 관리인은 “현재 자사의 전기담요 판매량은 전년보다 3배 늘었으며, 최근 5년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6월부터 생산 설비를 늘리고, 인력을 충원해 3교대로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으나, 유럽과 북미 주문량을 전부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문량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 11월 블랙프라이데이에 정점을 찍을 것 같다”고 전했다.

“자부심 차오른다”
중국산 전기담요의 유럽 인기
현지 온라인과 증시도 달궈

중국산 전기담요가 대륙 건너 유럽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은 현지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달 25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는 "유럽인의 중국 전기담요 구매 폭발(歐洲人買爆中國電熱毯)"이라는 키워드가 핫클릭 검색어에 올랐다.

중국 본토 증시 역시 소식을 듣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국내 전기담요 1위 업체 차이훙그룹(彩虹集團)은 9월 21일과 22일 이틀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23일에는 장중 주가가 25.23위안까지 오르며, 최근 1년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 밖에 히트 펌프와 전기 온열기를 생산하는 쉐런구펀(雪人股份), 르추둥팡(日出東方), 완허뎬치(萬和電氣) 등도 덩달아 자본의 관심을 받았다.

돈 안 된다고 구박받았는데
뜻밖에 수출 효자 상품 됐다

사실 전기담요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돈이 안 되는 아이템으로 손꼽혔다. 현지 판매 루트가 정형화돼 중간 유통마진이 높고, 이미 성숙한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의 전기 난방기 시장 규모는 59억 1000만 위안(약 1조 1924억 원)에서 56억 9000만 위안(약 1조 1480억 원)으로 역성장했다. 반면에 다양한 난방 신상품의 출시로 시장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산업 생태계 안정을 위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2년 전 3C 인증 제도를 도입해 전기담요 산업의 진입장벽을 높였다. 그 결과 현재 중국에서는 29개의 업체만이 전기담요 및 전기장판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산 방한용품 열풍 이어져
온수팩, 히트 펌프도 인기

한편,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산 방한용품은 전기담요뿐만이 아니다. 중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온수팩’도 전기담요의 뒤를 이어 유럽인들의 장바구니에 추가되고 있다. 유럽의 아마존에선 중국산 온수팩이 큰 호응을 얻으며, 8~20유로(약 1만 1300원~2만 8200원) 가격으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산 온수팩. 사진 時代週報

중국산 온수팩. 사진 時代週報

저장성 이우(義烏)에서 온수팩 공장 직판을 하는 뤄(駱)씨는 “올해 유럽 수출용 주문량이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면서 “예년에는 발주량이 90만 개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200만 개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열에너지를 끌어와 냉난방에 활용하는 히트 펌프의 수출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산업재선(產業在線)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중국산 히트 펌프의 누적 수출액은 63.1% 증가했다. 유럽은 중국산 전기담요와 마찬가지로 중국산 히트 펌프의 주요 수입국이다. 중신증권(中信證券)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이 유럽에 수출한 히트 펌프는 106만 1000여 대로, 전체 히트 펌프 수출량의 78%를 차지했다. 한 히트 펌프 제조업체는 중국중앙TV(CC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수주량이 지난해의 10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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