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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144) 볼트와 너트의 시(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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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볼트와 너트의 시(詩)
김복근(1950~)

무심코 돌려대는
볼트와 너트처럼

나는 조이고 있다
때로는 풀리고 있다

감출 수
없는 아픔에
벼랑을
딛고 섰다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인생은 조이고 푸는 일 아니겠나?

둥근 막대의 바깥 둘레에 나선이 있는 나사를 수나사라 하고, 원통의 안쪽 둘레에 나선이 있는 나사를 암나사라 한다. 수나사를 볼트, 암나사를 너트라 하며, 볼트와 너트는 두 개 이상의 기계 부품을 조립할 때 사용한다.

이 시조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조이거나 푸는 볼트와 너트를 소재로 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볼트와 너트로 짜여 있는가? 때로는 감출 수 없는 아픔에 벼랑을 딛고 서듯 하지 않는가? 인생의 애환을 일깨워주는 이 가을에, 다시 한번 나사로 내 삶을 조이고 시작해 본다. 인생이란 슬프기만 한 것도 아니며, 기쁘기만 한 것도 아니기에······.

김복근(金卜根)은 1950년 경남 의령 화정면 출생이다. 1985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해 시조집 『클릭! 텃새 한 마리』(2001, 태학사)와 『는개, 몸속을 지나가다』(2010, 시학) 등을 냈다. 한국시조문학상과 성파시조문학상을 받았으며 ‘화중련’ 주간으로 일하고 있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