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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정상화된 부산국제영화제…첫날부터 객석 4000석 꽉 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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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5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개막했다. 팬데믹 후 3년 만에 거리두기 없이 정상 개최했다. 사진은 이날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홍콩 스타 량차오웨이(양조위)가 레드카펫을 밟는 모습이다. 송봉근 기자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5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개막했다. 팬데믹 후 3년 만에 거리두기 없이 정상 개최했다. 사진은 이날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홍콩 스타 량차오웨이(양조위)가 레드카펫을 밟는 모습이다. 송봉근 기자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5일 팬데믹 후 3년 만에 완전한 정상화의 막을 올렸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50%로 제한했던 객석도 100% 열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글로벌 OTT 시리즈 신작 초청을 확충하며 폭넓은 콘텐트 축제로 범주를 넓혔지만, 영화제의 상징 개막작은 영화의 본질에 충실했다. 올해 개막작은 이란 영화 ‘바람의 향기’다. 주연을 겸한 하디 모하게흐(43) 감독이 고향인 이란 남서부 도시 데다쉬트가 경제적 쇠락으로 주민들이 떠나며 겪는 어려움을 다큐멘터리처럼 담은 작품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체리 향기’(1997) 등 동시대 이란 현실을 담은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올해 개막작에 선정된 이란 영화 ‘바람의 향기’. [사진 BIFF]

올해 개막작에 선정된 이란 영화 ‘바람의 향기’. [사진 BIFF]

BIFF측은 앞서 올해 개막작 선정 사유로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적 전통을 이어받은 작품”이라며 “숱한 영화가 세상의 비참에 주목하는 동안 그 비참을 이겨내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귀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5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은 함께 참석한 모하게흐 감독이 직접 선정 이유를 묻자 “단순하다. 영화가 너무 좋아서”라고 재차 강조했다.

개막작 주연을 겸한 하디 모하게흐 감독이 5일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 BIFF]

개막작 주연을 겸한 하디 모하게흐 감독이 5일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 BIFF]

모하게흐 감독에 따르면 ‘바람의 향기’란 제목엔 ‘아무것도 없는 땅, 아주 마른 땅’이란 의미가 담겼다. 제목처럼 노인, 몸이 불편한 이들만 남은 외딴 시골 황무지의 삶을 90분간 긴장감 있게 펼쳐냈다. 첫 장면, 깎아지른 돌산 기슭에 안전장치 없이 매달린 채 뭔가를 채취하는 중년 사내의 모습부터 아찔하다. 양다리가 굽어 펼 수 없는 장애를 가진 그의 집에는 전신이 마비된 어린 아들이 눈만 뜬 채 누워있다. 어느 날 전기가 끊겼다는 신고를 받고 이 집을 찾은 전력 담당자는 가련한 가족을 두고 보지 못해 새 전기 수리 부품, 욕창 방지 전기장판을 구하러 휴가를 내 사비까지 털어가며 백방으로 알아본다.

모하게흐 감독이 전력 담당자 역을 직접 맡고 장애 아버지, 고독사 노인 등은 실제 장애인과 현지 주민 등을 캐스팅했다. 그는 제도적 문제나 사회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직접 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모든 인간의 마음 안에 존재하는 용서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받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많은 것을 주는 사람들을 봤다. 논리적이지 않지만, 인간은 그렇게 한다”고 했다.

모하게흐 감독은 BIFF가 발굴한 ‘부산 키즈’ 출신이다. 그의 두번째 장편 ‘아야즈의 통곡’이 2015년 BIFF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돼 그해 뉴커런츠상·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2관왕을 차지했다. ‘바람의 향기’가 네번째 장편이다.

올해 BIFF는 71개국 243편 초청작 및 아시아 신진 영화인을 대거 초청하며 지난 27년간 아시아 신인 등용문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팬데믹으로 인해 2년간 중단됐던 아시아영화펀드·아시아영화아카데미·플랫폼부산 등 영화인 지원·교류 프로그램도 전면 재개한다.

코로나19 시기 끊겼던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CJ ENM 등 투자·배급사들의 교류 행사뿐 아니라 넷플릭스·웨이브·티빙 등 OTT 업체들의 홍보 행사도 연이어 열린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이케 다카시, 프랑스의 알랭 기로디, 중국의 왕빙, 필리핀의 라브 디아즈, 한국의 김지운 등 각국 거장 감독들이 현장을 찾는다. 할리우드의 SF 귀재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역대 세계 흥행 1위 ‘아바타’ 속편 ‘물의 길’ 푸티지 한국 최초 공개와 함께 화상으로 영화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개막식은 5일 오후 6시부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류준열·전여빈의 사회로 열렸다. 영화감독 이준익·김한민·임권택, 배우 박해일·변요한·한예리·한지민 등 스타들이 레드카펫에 등장하자 팬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개막식은 4000여석 객석이 내빈 및 일반 관객으로 가득 찬 가운데 배우 고(故) 강수연의 추모 영상으로 시작됐다. 이날 무대에선 홍콩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영광스러운 상을 준 BIFF에 감사하다. 한국팬을 만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량차오웨이는 영화제 기간 직접 선정한 출연작 6편을 상영하는 특별전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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