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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가만히 계세요”에 '이XX' 팻말까지…국감 둘째날 무슨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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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조세정책)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장진영 기자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조세정책)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장진영 기자

국정감사 둘째날인 5일에도 여야는 국회 곳곳에서 충돌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 날을 세우고, 국민의힘이 이를 엄호하며 문재인 정부에 반격하는 장면이 되풀이됐다.

기획재정부에 대한 기재위 국감에선 윤석열 정부 첫 세제개편안을 두고 ‘부자 감세’를 주장하는 야당과, ‘세계적 추세’라고 방어하는 여당 간 대치가 이틀째 이어졌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영국의 감세 정책 철회를 거론하며 “450억 파운드(한화 69조원) 규모의 영국 감세안 발표가 파운드화 폭락사태로 이어졌고, 불평등은 심화됐으며, 무디스 신용평가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했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영국은 (감세와 함께) 재정지출을 늘리니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국가채무비율이 오르는 데 대해 국제사회가 경고한 것”이라며 “건전 재정이 영국 사태의 핵심이다. (재정이 건전한) 우리는 영국과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일제히 세제개편안을 방어했다. 배준영 의원은 “법인세 관련해서 전 세계적으로 인하 경쟁을 하고 있다”며 “외국인 유치, 투자 확대 등을 도모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에 높은 세 부담으로 인해서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데 반해 국내 투자는 답보상태”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의원도 “법인세 인하는 대부분 기업에 투자한 소액 주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정부를 옹호했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채익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채익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대한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는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시 국공립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당시 어린이집 교사에게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의 줄임말)’ 뜻을 질문한 걸 두고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대통령실이 제대로 일을 못했거나 대통령이 사전 자료를 읽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대통령은 부모와 보육 교사에게 정말 수고롭다는 의미로 말씀하신 건데 그걸 ‘보육을 모른다, 아나바다를 모른다’며 지엽적으로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김 의원도 질세라 “발언이 명백하게 선을 넘었다. 동료 의원이 복지부에 질의한 내용을 왜 품평을 하느냐”고 반발했고 “니(너)나 가만히 계세요”(강 의원), “정정할 기회를 드리겠다”(김 의원), “내가 니라고 왜 못해”(강 의원) 등으로 언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만희 간사와 장제원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국정감사장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 이만희 간사와 장제원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국정감사장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여야는 이날 최근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두고서도 거세게 맞붙었다.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재판에서 인정되면 민주당은 국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430억원을 반환해야 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감 시작 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에 촉구하는데 무능과 실패를 숨기려 야당을 탄압하고 전 정권을 공격하는 데에 골몰하지 말라”며 “(현 정권은) 야당 탄압, 전 정권 정치 보복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여권을 겨냥했다.

하지만 잠시 뒤 이어진 중앙선관위원회를 상대로 한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보란듯 여당 의원들이 이 대표 실명을 거론하며 선거법 관련 문제를 거론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당선무효형으로 선거비용 반환의무가 있을 때 정당이 비용 보전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정당보조금을 회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이야기하면서 “일부에서 ‘이재명 먹튀 방지법’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1심도 끝나지 않았는데, 이걸로 선거비용 반환을 얘기하는 건 정쟁을 몰고 가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갔다. 오후에는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전면에 나서 “정쟁이라고 얘기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고 논란을 재점화해 회의가 파행을 거듭했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한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는 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과 문재인 정부 당시 MBC·KBS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선 전날에 이어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문체위에선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자신의 자리에 ‘일 잘하는 이XX’라고 적힌 팻말을 부착했다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빚어진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풍자한 팻말에 대해 여당 측이 항의하자 홍익표 문체위원장은 감사 시작 직전 “여야 간사 요청으로 팻말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류 의원은 “잠깐 내려놓고 제 질의 때 쓰겠다”며 결국 팻말을 떼며 마무리됐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설치한 팻말을 떼고 있다. 장진영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설치한 팻말을 떼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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