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은 항상 중요했지만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겁니다. TV는 점점 얇아지고 있어 음향 기기가 들어갈 공간이 부족해졌죠. 반대로 콘텐트의 음향은 점점 더 풍부해지고 있고요. 소리 없이 영화를 보는 건 불가능하지요. 소비자 갈증이 더 커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청담동에서 열린 뱅앤울룹슨의 사운드바 ‘베오사운드 시어터’ 발표회 현장에서 만난 크리스티안 티어(Kristian Tear)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크리스티안 티어 뱅앤울룹슨 CEO 인터뷰 #“콘텐트 늘어나면 음향에 대한 갈증 커져 #코로나19 재택 기간 중 두 자릿수로 성장”
사운드바는 바(bar) 형태의 길쭉한 스피커를 모니터나 TV 하단 혹은 벽면에 설치하는 음향 시스템이다. 로마시대 원형 극장을 구현한 듯한 둥근 형태의 알루미늄 마감과 원목 패널이 줄지어 서 있는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가격은 1190만원대에 이른다. 두께 약 15㎝의 바 안에는 두 개의 우퍼와 12개의 스피커가 들어 있다. 티어 CEO는 “약 5년 간의 개발 끝에 완성됐다”며 운을 뗐다. 다음은 일문일답.
- 기존의 사운드바와 뭐가 다른가.
- 거실에 둘 수 있는 아름다운 홈시어터(집에서 영화관 수준의 화면·음향을 구현하는 장치)를 만들어보자는 데서 (개발을) 시작했다. 거실 한가운데에 두는 ‘작품 같은 제품’이면서도 강력한 음향 효과를 전달하는 제품을 원했다.
- 뱅앤울룹슨은 항상 디자인을 중시한다.
- 우리는 디자인 기업이다. 동시에 럭셔리 기업이기도 하다. 2019년 뱅앤울룹슨에 오면서 내부 디자인팀을 꾸렸다. 미국 애플에서 디자인총괄을 했던 미클루 실반토를 영입했다. 디자인을 내부에서 다할 순 없지만 적어도 통제권을 가지고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베오사운드는 독일의 디자인 전문업체 ‘노토’와 협업했다.
- 집에서 이렇게 좋은 성능의 사운드바가 굳이 필요할까.
- 물론이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보급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집에서 콘텐트를 소비하고 있다. 동시에 입체 음향을 담은 콘텐트도 늘고 있다. 홈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게다가 메타버스 등 3차원 가상세계, 3차원(3D)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음향 시장은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본다. 몰입감 높이는 음향이 없으면 메타버스도 없다.
그의 말대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뱅앤울룹슨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극장이나 PC방에 가는 대신 집에서 영화와 게임을 즐기면서다. 이 회사의 2022회계연도(2021년 6월~2022년 5월) 매출은 29억4800만 크로네(약 5600억원)였다.
- 메타버스 관련한 신제품 계획이 있나.
- 그건 당연히 말할 수 없다(웃음). 다만 공간 음향에 관심을 두고 있고, 소비자의 제품 사용 사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사실은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또 집에서 줌 회의를 할 때 같은 음향 기기를 쓰고 싶어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한 가지 제품이면서도 아름다운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
- 한국 시장에서 눈여겨보는 부분은.
- 세계적으로 핵심 시장이 8개인데, 그중에 한국이 있다. 국가별 매출로는 7위다. 한국은 기술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나 기준이 높은 편이다. 동시에 좋은 ‘경기장’이기도 하다. 기준이 높은 시장에서 최고 업체와 경쟁을 하면 우리도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좋은 전자 제품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시대가 원하는 가전은 어떤 것일까.
- 오래, 아름답게 남는 제품이다. 매년 교체해야 하는 게 아니라, 평생 혹은 그 다다음 세대까지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 제품이 주는 경험도 중요해졌다. 예컨대 CD플레이어의 경우 문이 열리고, 팔이 들리고, CD가 들어가면 다시 닫히는 등 예전의 아날로그적 경험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요즘 젠지(GenZ·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들 사이에서 과거의 문화적 향수를 느끼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 하지만 Z세대가 구매하기엔 뱅앤울룹슨은 너무 비싸다.
- (웃으면서) 200유로(약 28만원)부터 시작하는 제품도 있다. 젠지는 음악과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큰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을 봤을 때 뱅앤울룹슨에겐 가장 큰 고객층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크리스티안 티어(Kristian Tear) : 2010년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및 세일즈 마케팅 총괄 역임. 2012년 블랙베리 최고 운영 책임자, 2015년 로지텍 부사장 및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총괄을거쳐 2019년 2월 뱅앤울룹슨 최고경영자에 취임했다.
☞뱅앤울룹슨(Bang & Olufsen) : 1925년 덴마크에서 피터 뱅과 스벤드 울룹슨가 창업한 럭셔리 오디오 브랜드. 혁신적이고 진보적 제품에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 장인정신을 지향한다. 전 세계 75개국에 진출, 본사 기준 1100여 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