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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RBM 또 침묵…평양밖으로 안 나가는 김정은 25일째 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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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이 이번에도 지난 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5월 4일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뒤 5개월째 이어지는 침묵 기조다.

북한이 2017년 5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017년 5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5일 IRBM 발사 내용 대신 김정은 정권이 내세우는 '인민대중제일주의'(인민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보장) 관철을 독려하는 사설과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 계획' 달성을 강조하는 내용 등을 보도했다.

통상 미사일 발사 이튿날 관영 매체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려왔던 북한의 의도적 침묵에 대해 외교가에선 "최근의 이어진 미사일 발사가 전형적인 '대외용'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는 내부 결속보다는 한·미·일에 국방력을 과시하며 압박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며 "코로나19와 자연재해 등의 영향으로 민생문제에 어려움 겪는 주민들을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 행사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 행사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지난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대남 '대적 투쟁'과 대미 '강대강 정면승부' 기조를 밝힌 이후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본 열도를 관통해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앞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거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미사일 사거리를 계속 늘리면서 미사일 관련 플랫폼을 바꾸고 있어 다른 미사일 도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최근 도발이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단계적 시나리오를 밟아가는 게 아닌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4월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력을 급속한 속도로 강화·발전시키겠다고 천명한만큼 핵 고도화를 신속히 달성하려 할 것"이라며 "결국 체제 안전을 확보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덕훈 내각총리가 희천시 지신남새(채소)농장과 희천시마감건재공장, 희천시정밀기계공장 등 여러 부문의 사업을 현지료해(점검)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덕훈 내각총리가 희천시 지신남새(채소)농장과 희천시마감건재공장, 희천시정밀기계공장 등 여러 부문의 사업을 현지료해(점검)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이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까지 25일째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9일 방역 관련자들과의 기념사진 촬영을 관영매체에 보도한 것이 마지막 공개활동이었다.

특히 북한이 코로나 발생 사실을 인정한 지난 5월 12일부터 지금까지 김 위원장은 평양 밖 공개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별장이 있는 원산 등지를 방문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지난 5개월가까이 북한 관영 매체가 보도한 36차례의 김 위원장 공개활동 중 평양을 벗어난 일정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러한 잠행의 배경과 관련 식량난 등을 겪고 있는 북한 내 사정에 대한 책임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최근 관영 매체들은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가 김 위원장을 대신해 주요 경제현장을 시찰하는 모습을 빈번히 다루고 있다.

정대진 교수는 "김정은식 책임 분산 정치로 규정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각 부문별 역할을 분담한 것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빈도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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