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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중의원 5년 만에 北미사일 규탄 결의...'반격 능력' 요구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5년 만에 일본 열도를 통과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것을 계기로 일본 정치권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북한 미사일 대응을 위해 '반격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연이어 나왔다.

4일 일본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알리는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4일 일본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알리는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중의원은 5일 북한이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에 대한 규탄 결의를 전원 일치로 채택했다고 NHK 등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중의원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규탄 결의가 채택된 것은 2017년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당시 이후 약 5년 만이다. 참의원(상원)도 6일 규탄 결의를 채택할 예정이다.

채택된 결의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일본 안보에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북한에 도발 행위 중단과 핵·미사일 개발 계획의 즉각 포기를 강력히 요구했다.

일본 국회의 결의안 채택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일본의 위기감을 보여줌과 동시에 대응을 위해 일본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하면서 북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추가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상황을 파악, 검증한 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반격 능력 없으면 계속 당한다" 

정치권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맞서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등 방위력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 방위상을 지낸 나카타니 겐(中谷元) 총리 보좌관은 전날 북한이 일본 열도를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하자 기자들에게 "공격당했는데 반격할 능력이 없으면 이런(도발 당하는) 상태가 계속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을 막으려면 일본도 이에 대응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미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미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외무 부대신을 역임한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도 이날 "북한은 (미사일을) 요격할 능력이 없어 자국으로 미사일이 날아오는 것을 경계한다"며 "(일본이 반격 능력을 갖출 경우) 억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격 능력은 적이 일본을 공격한다고 판단될 경우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사실상의 선제공격 능력으로 일본 평화헌법에 기초한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이를 막을 원거리 타격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의 핵심인 장사정 미사일을 1000발 이상 보유해 난세이(南西)제도와 일본 남부 규슈(九州) 등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시다, "한국과 안보 분야서 긴밀히 소통"

한편 기시다 총리는 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안보 분야의 한·일 협력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4일 밤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 회담이 곧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일 오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4일 오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전날 밤 바이든 대통령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통화했다고 설명하면서 "한·일 문제에 대해서는 얼마 전 유엔 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의사소통을 했는데,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이후 쌓아 올린 우호 관계를 토대로 미래 지향적 발전을 모색하고 싶다"며 "외교 당국의 다양한 협의를 촉진한다는 점에 (한·일) 정상 간에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전체적인 움직임도 생각하지만 그중에서도 안전 보장 분야는 국민의 생명과 일상생활과 관련된 부분이므로 긴밀한 의사소통을 도모해가고 싶다"고 밝혔다. 전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5년 만에 일본 열도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한국과의 안보 협력을 더 긴밀히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오전 회견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의 일본 상공 통과를 계기로 한·일 정상 전화 회담이 검토되느냐'는 질문에 "전화 회담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국 측과 계속 긴밀히 의사소통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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