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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알면 아무나 예매 취소...뻥 뚫린 부산영화제 '황당 해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A씨 개인정보가 입력된 부산국제영화제 예매현황 관리 페이지. 김민주 기자

5일 A씨 개인정보가 입력된 부산국제영화제 예매현황 관리 페이지. 김민주 기자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관객 예매작품 보안 관리가 허술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예매한 작품을 변경·취소할 수 있는 웹페이지에 접속하려면 관객 스스로 설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 이 비밀번호 설정 기능이 사라지면서 예매자 이름과 전화번호·생년월일만 알면 당사자가 아니라도 곧장 예매현황 페이지에 접속해 영화 취소·발권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생일 입력하니 뚫린 보안창…‘예매 취소’까지 가능

영화제 개막 당일인 5일 기자는 올해 BIFF 출품작을 예매한 지인 5명에게 동의를 얻어 영화 예매현황 관리 사이트(http://ticket.biff.kr/)에 접속했다. 먼저 ‘개인정보입력창’을 띄워 A씨(35)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A씨 생년월일을 알아내 마저 입력한 뒤 ‘다음’을 클릭하자 곧장 예매현황창이 나타났다.

5일 A씨의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접속한 부산국제영화제 예매 현황관리창. SMS발권과 예약취소가 가능하다. 김민주 기자

5일 A씨의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접속한 부산국제영화제 예매 현황관리창. SMS발권과 예약취소가 가능하다. 김민주 기자

A씨가 예매한 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를 필두로 오는 10일까지 15편의 예매 일정이 빼곡하게 화면을 채웠다. 기자가 이 페이지에 접속해 ‘SMS 발권’이나 ‘예매 취소’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동안 A씨에게는 문자메시지 등 어떤 알림도 오지 않았다. 그는 “이런 식이라면 손쉽게 알 수 있는 이름과 전화번호·생년월일만 갖고도 타인의 예매현황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 당사자가 까맣게 모르는 사이 작품 예매를 취소하거나 미리 발권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동의를 얻어 다른 4명의 예매현황 페이지도 접속했으나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BIFF 측 “관객 편의 위해 비밀번호 없앴다”

지난해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타인 예매현황 페이지에 접속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온라인을 통해 예매하는 관객은 이름과 전화번호·생년월일 이외에도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BIFF 사무국 측은 비밀번호 설정 기능을 없앴다. 사무국 관계자는 “관객 편의를 고려한 개선 조치”라며 “지난해까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는 관객 민원이 일부 발생해 올해부터 이 기능을 없앴다. 국내 다른 주요 영화제에서도 예매현황 페이지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사고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다른 영화제에서도 예매현황 페이지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안 전문가 “국내 최고 영화제의 허술한 보안, 믿기 어렵다”

하지만 관객들은 “BIFF가 예매 관리 보안 장벽을 스스로 낮췄다”고 했다. 백윤주 부산대 정보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개인정보와 결제내용 등 예민한 보안 관리에서 편의성과 보안 안전성이 반비례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상식이다. 시외버스 티켓을 예매하더라도 비밀번호를 부여하는데, 관객 편의를 위해 비밀번호 기능을 없앤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백 교수는 “BIFF 상영작품과 관객 수가 월등히 많다. 그 만큼 다른 영화제와 구별되는 보안 안전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주국제영화제·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과 국내 3대 영화제로 꼽히는 BIFF는 해마다 수십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영화제별 관람객은 ▷부산 18만9000명 ▷전주 8만5900명 ▷부천 7만7200명 등이었다.

올해 BIFF는 지난달 20일 티켓 오픈 때도 설정 오류 탓에 예매권을 이용한 예매가 40분가량 먹통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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