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4일 서울 을지로의 일본정부관광국(JNTO) 서울사무소 모습. 뉴스1
한국인이 제일 많이 갔던 해외여행지 1위, 일본이 다시 열립니다. 2020년 4월 국경 폐쇄 이후 2년 6개월만입니다.
10월 11일부터 입국자 수 제한을 없애고, 외국인의 무비자 일본 개인 여행을 허용합니다. 〈9월 22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지난번 앤츠랩(9월 28일)에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는 끝났다’ 선언 이후 항공사 주가 향방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오늘 앤츠랩에선 기시다 일본 총리가 선포한 일본 재개방에 초점을 맞춰 가장 수혜를 볼 수 있을 종목이 무엇일지 살펴보겠습니다.
참을 만큼 참았다…“일본 정돈 괜찮잖아”
집계 나름이겠습니다만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선 일본여행상품 판매가 급증했단 얘기를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파크에선 9월 23~25일 일본 항공권 예약 건수가 그 일주일 전보다 268%, 여행상품 예약건수는 204% 늘었다 하고, 티몬은 9월 1~25일 일본 주요도시 항공권 매출이 8월보다 7196% 늘었다 하네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본은 한 해 700만명이 방문(2017년, 2018년)할 정도로 한국인이 가장 쉽고 편하게 찾는 여행지기도 하지만, 요즘들어 일본에 갈 이유가 더 생겼단 점에 주목해봅니다. 우선 ①환율 효과. 모두가 금리 올리고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는 마당에 일본은 홀로 금융완화의 길을 걸으며 엔화가치가 역대급으로 바닥을 쳤고(9월 22일 엔-달러 환율 145.90엔) 24년만에 외환개입에 나설 정도. 원화와 비교한 엔화값도 떨어졌죠. 2019년 한 때 100엔당 1100원도 넘었던 엔화는 지난 6월 이후 1000원 아래를 안정적으로 밑돌고 있습니다. 발 빠른 분들은 환테크나 여행 목적으로 미리 환전해두시기도 했죠. 반면 달러는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으니 달러 써서 가야 하는 여행지들은 부담스러워질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선택지는 줄어들고 일본이 여행지로 당첨될 확률이 높아지겠죠.

지난 6월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환전소 모습. 김현예 도쿄 특파원
다음으론 ②억눌린 여행수요인데요, 정확히는 코로나 말기 간헐적으로, 그리고 최근 들어 추세적으로 여러 나라로의 여행이 열렸음에도 ‘아직도 못 나가본 분들’에게 일본이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단 예상입니다. 괌이니 유럽이니 동남아니 많이 풀렸고, 신혼여행으로나 가족여행으로 주변에서 많이들 나간다지만 ‘보복여행, 나만 못 갔어’ 하는 분들 많을 겁니다. 비싸서, 멀어서,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그간 못 간 거라면 비행시간 짧고, (상대적으로) 항공권 저렴하고, 혼자 가기도 만만한 일본은 드디어 국제공항으로 우리를 이끌어 줄 좋은 이유가 될 겁니다.
③국내 고물가로 인한 반사이익도 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하반기 들어 5~6%대 상승하고 있단 통계를 언급하지 않아도, 늘상 먹는 밥이며 커피며 소주값이 뛰는 걸 보며 물가 오름세를 이미 체감하고 계실 겁니다. 이 나라는 이제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열리는 날 부산 모텔 숙박료가 50~90만원에 달하고, 불꽃축제가 열리는 날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자려면 150만원을 내야 하는 나라입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비싸단 생각이 흔들립니다. 일본은 그간 물가 상승 속도도 느렸죠. 일본에서 먹고 자고 마시는 게 한국에서 먹고 자고 마시는 것보다 비싸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제 이런 풍경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죠. 지난 7월 인천공항 코로나 검사소 모습. 뉴시스
그래도 ‘돈 없는데 무슨 해외여행을 가겠느냐’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 없으니 일본이라도 가야겠다’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거라 본다면 일본 수혜주에 베팅해볼 수 있겠죠. 손가락 두 마디만한 디저트가 6000원을 훌쩍 넘고, 5성급 호텔도 아닌 강남 어느 골목에 있는 카페의 커피값이 1만원을 상회하는데도 다들 줄을 서고 SNS에 간증사진이 올라오는 걸 보면, 우리는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졌다고 행복을 포기하기보다 주머니가 허용하는 한에서의 소확행을 찾아내는 편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다른 여행지에 비해) 소소해졌지만 확실한 여행지, 일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9년 하반기 노 재팬 이슈부터 이연된 수요가 가파르게 회복 중. 제주도보다 훨씬 가성비 높은 여행지.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
여행주 살 게 없네, 하나투어 말곤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여행업계에선 꽤나 혹독한 재편이 이뤄졌습니다. 한국여행업협회에서 전화를 돌려본 결과 펜더믹 선언 이후 반 년만에 여행업 등록업체 1만7664곳 중 4155곳(23.5%)이 폐업 완료 혹은 사실상 폐업을 했단 얘기를 내놓았을 때부터 불안은 감지됐는데,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집계로도 코로나 이전(2019년 3분기)→이후(2022년 2분기) 국외와 국내 여행업체 수가 각각 9732곳→8937곳, 7039곳→4843곳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

코로나19 이전 하나투어 여행박람회 모습. 중앙포토
난립하던 군소정당들 망하면 거대 정당에 유리한 판이 되듯, 이제 작은 여행사들이 망했으니 큰 여행사가 먹을 게 더 많아진 걸까요? 이런 ‘과점화 효과’에 대한 기대 정도는 패키지여행에 대한 시각에 따라 달라집니다. 패키지 시장이 완전히 대세 하락이라면 야놀자·여기어때 같은 여행 플랫폼이 하나투어·모두투어 같은 전통 강자를 꺾어버릴 겁니다. 하지만 ①여전히 패키지 여행 가는 사람들이 있고 ②주식시장에서 살 수 있는 곳은 대형 여행사들 뿐(야놀자·여기어때는 비상장이니까요) 이라는 점에 주목해 봅니다.

하나투어의 패키지 시장 점유율(오른쪽)이나 국내 출국자 점유율(왼쪽)은 소폭 감소세긴 하지만, 그들의 주장대로 아직 '국내 1등 아웃바운드 회사'인 건 사실. 자료는 8월 하나투어 IR자료 중 일부.
젊은 사람들은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지 않죠. 그리고 출국자의 절반 이상(56%)이 21~50세입니다(2002~2019년, 법무부 통계). 하지만 패키지 여객의 주 연령대인 50세 이상도 30%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51세 이상 중 출국자 수는 매년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2017년 680만 명→2018년 760만 명→2019년 790만 명). 그렇다면 일본여행 개방이라는 마지막 재료를 가지고 ‘두근거리게 기대될 성장성은 없더라도 현재 있는 패키지 수요를 가장 많이 빨아들일 수 있는 곳’을 찾으면 됩니다. 증권업계에선 그게 하나투어라고 봅니다.
하나투어는 코로나 이전 패키지 송출객 수 기준 40%, 해외법인 매출액 중 절반 이상이 일본 지역에서 창출되었던 만큼, 점유율 확대 가능성이 업종 내 가장 높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
다만 실적만 보면 손이 잘 안 갑니다. 자회사인 면세점을 정리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했음에도 여전히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 파는 여행상품도 1~4달 뒤 거라 당장의 수익성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여행 관련 이슈가 있을 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단연 여행주고, 항공주보다도 변동성이 큽니다(하나투어 주가는 2020년 3월 2만원 중반까지 곤두박질쳤다 리오프닝 폭죽을 너무 빨리 터뜨린 지난해 6월엔 9만2000원대까지도 오른 바 있죠). 이제 이번 일본여행 재개방을 통해 4분기에 수요 반등이 가파르게 일어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다들 힘들지만 금수저가 좀 낫네, 진에어
![지난 8월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저비용항공사(LCC) 여객기를 비롯한 각 항공사 비행기들이 서 있는 모습.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0/05/a4741b19-866d-44a5-a4e4-9e4aa2538676.jpg)
지난 8월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저비용항공사(LCC) 여객기를 비롯한 각 항공사 비행기들이 서 있는 모습. [뉴스1]
일본에 가장 많이 가는 건 제주항공입니다. 절대적 공급량도 그렇고(이번 달 증편만 봐도 인천에서 나리타까지 제주항공은 일 3회, 진에어는 주 14회 계획이죠) 상대적 노선 비중도 그래요. 2018년 분기별 여객 노선 매출 중 일본 비중을 보면 제주항공은 24~31%, 진에어는 22~26%였습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 회견 이후 주가 상승폭이 컸던 건 제주항공보다 진에어였는데요. 요즘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소원 ‘적자탈출’에 가장 빨리 도달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 진에어이기 때문입니다. 2분기 매출이 가장 컸고 영업손실은 가장 적었어요.
시장에선 2분기에 진에어가 330억원쯤 손실을 볼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 영업손실은 150억원으로 절반이 되지 않았어요. 여객 수송량 회복세가 꽤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8월 국제선 여객 공급 및 수송량을 볼까요. 진에어는 운항 601회, 여객수송 8만8300명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402%, 3915% 증가했고 제주항공은 운항 906회, 여객수송 11만2200명으로 지난해보다 687%, 2440%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수저 출신(대한항공이 모회사)이라 빚 관리도 그나마 양호한 편. 6월 말 기준 진에어의 부채비율은 441%이었는데 이게 다른 회사들이 상당히 힘든 상황인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겁니다. 에어부산·에어서울 같은 덴 이미 자본잠식이고, 제주항공(865%)·티웨이항공(936%)과 비교해봐도 가장 재무상태가 괜찮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진에어는 동남아만 일부 재개되었을 뿐인데 6월 손익분기점 달성에 성공했다. 일본여행 효과는 더욱 클 것.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좀 더 공부하려면]
일본 총리 회견을 보며 “와! 이제 일본 갈 수 있다!“를 외친 우리의 시각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 일본 여행정책 수혜주를 찾아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국내로 들어오는 일본인도 늘어날 거란 점에 주목해 보면, 카지노주를 들여다볼만 합니다. 중국 보따리상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점과 달리 카지노에선 일본과 중국이 꽤나 균형있는 두 축을 이뤄왔거든요.
중국 고객이 돌아오는 건 아직 요원해 보이니, 일본 VIP에 비교우위가 있는 파라다이스를 눈여겨봄직 합니다. 코로나 이전(2019년) 파라다이스는 VIP드롭액 중 일본 쪽이 42% 중국 쪽이 32%였습니다. 파라다이스는 2017년 한한령(중국의 한류 금지령) 이후 업황이 어려워지자 일본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일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온 바 있습니다.
일본정부의 ‘여행 자유화’ 정책은 한국인만을 겨냥한 정책은 아니죠. 일본이 원하는 건 온나라에서 외국인이 몰려오고(일본 정부의 목표는 2030년까지 방일 외국인 수 6000만명), 자국민도 더 많이 여행을 다니길 바랍니다(이번 정책에는 일본 내국인을 위한 숙박료 쿠폰 등 여행지원정책도 포함). 일본 주식이라 심적 접근이 용이하진 않지만, 하네다·나리타·간사이·주부 공항을 운영하는 ‘일본공항빌딩(Japan Airport Terminal)’ 같은 주식을 사면 이 모든 수요를 다 누릴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