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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자율주행 SW도 싸고 가볍게”…인텔과 경쟁하는 스트라드비젼

중앙일보

입력

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가 4일 서울 강남구 스트라드비젼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가 4일 서울 강남구 스트라드비젼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미래 시장은 요원하고, 캐시는 줄어든다. 고대하던 ‘레벨 5’(완전 자율주행) 시대보다 투자 암흑기를 먼저 만난 자율주행 업계의 현실이다.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조차 적자 누적으로 경영진을 교체하고 사업을 축소했을 정도.

그런데 이 시점에 1000억 원대 투자를 받고, 차량 1300만 대에 공급계약을 하고, 제품군 확장을 선언한 토종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있다. 자율주행차 카메라용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개발사 스트라드비젼이다. 현재 13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차량 50종 56만 대가 8년차 스타트업인 이 회사 SW를 탑재하고 유럽·중국·독일·한국 등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회사 목표는 2027년까지 1055만대 차량에 SW를 올리겠다는 것.

4일 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와 이선영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만났다. 이들은 “1등이 아니어도 충분히 생존하는 큰 시장에 들어간 것”, “기존 회사가 직접 하기에는 기술·비용이 많이 들고 경쟁사 제품을 쓸 수도 없는 영역을 파고든 것”을 성장 비결로 꼽았다.

내 기술, 내 고객을 알아야

스트라드비젼의 주력 제품 SVNet은 ‘자율주행차의 눈’ 격인 카메라용 SW다. AI와 딥러닝 기술로, 차량·사물·보행자와 그들의 이동 방향 및 거리, 신호등과 차선, 표지판 글자 등을 파악한다. 자율주행 단계로 따지면 레벨 2~3에 해당한다.

SVNet의 강점은 ‘가볍고, 싸고, 호환이 잘 된다’는 것. 이 분야 시장 1위인 모빌아이(인텔의 자회사)는 ‘반도체+카메라+SW’를 합한 패키지(시스템온칩)만 파는데, SVNet은 고객사가 원하는 반도체나 카메라 사양에 맞게 최적화해 납품한다. 이를테면 ‘고사양 폰+고가 요금제’만 있던 시장에 중간 사양 알뜰폰을 내놓은 셈.

글로벌 고객사가 선택하는 이유는.
일단 기술력이 기반이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나 르네사스 같은 반도체 회사들과 협력해 인정받으니, 고객사가 우리의 레퍼런스다. SVNet은 총 18종 이상의 반도체를 지원한다. 저사양 반도체 칩에서도 SW가 돌아가게 하는 경량화 기술이 있어서, 고객이 원하는 사양과 기능에 유연하게 맞출 수 있다.
얼굴 인식 AI 분야로 창업했는데, 어떻게 자동차 업계에 들어왔나?
원론적인 얘기로 들리겠지만, 고객의 요청에 귀를 기울인 결과다. 원래는 구글 글래스 같은 웨어러블 기기용 SW를 개발하다가 그 시장이 정체돼 사업 분야를 바꿨다. 당시 현대차가 차량 내장형 카메라를 해보자고 했고, 자동차 분야를 살펴보게 됐다. 초기에는 자동차 업체들의 주문 규모가 아주 작았다. 기껏 개발해도 라이선스 적용 대상이 1000대 수준일 때도 있었고. 하지만 거절하지 않고 뭐든 고객 요구를 만족시키려 했다. ‘어? 왜 자동차 회사에서 우리를 자꾸 찾지? 차라리 제대로 만들어볼까’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이번에 발렛파킹 인식 SW를 내놓았고 내년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개발 예정인데, 이것 역시 독일 완성차 업체의 수요가 있어서 시작하게 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9년 ‘일반 안전 규정(GSR)’을 개정하며 2022년 하반기부터 모든 신차에 지능형 안전장치를 달아야 한다고 예고했고, 지난 7월 이를 공식화했다. 지능형 안전장치는 차선을 읽고 앞차와 거리를 경고하는 등의 ‘첨단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의미한다. 스트라드비젼의 SVNet도 여기에 해당한다.

EU 정책이 회사에 직접적 영향을 주나? 다른 국가 현황은? 
규제가 들어오면 가격이 중요해진다. 일부 차종에만 넣던 ADAS를 보급형 차종에도 넣어야 하니 결국 얼마나 빠르고 저렴하게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다. 대체로 유럽이 규제를 만들면 미국, 중국, 일본도 따라간다. 우리로서는 진출할 시장이 넓어진다.
스트라드비젼 김준환 대표(오른쪽)와 이선영 스트라다비젼 최고운영책임자(COO)가 4일 서울 강남구 스트라드비젼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스트라드비젼 김준환 대표(오른쪽)와 이선영 스트라다비젼 최고운영책임자(COO)가 4일 서울 강남구 스트라드비젼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자동차어’를 알아듣는 SW프로그래머

회사는 지난 8월 1076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 창업 후 누적투자금은 1558억원. 앱티브, ZF, 현대모비스, LG전자가 회사의 전략적 투자자(SI)다. 이들의 공통점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1차 협력사(주요 부품 공급사)라는 점.

4개 투자사가 경쟁 관계 아닌가?  
각사가 협력하는 완성차 업체가 많이 겹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LG는 다임러와, 앱티브는 포드와 관계가 좋다. 우리 입장에서는 다양한 완성차에 SVnet을 실을 기회다. 투자사 중에 레이더·라이다·카메라를 같이 쓰는 곳도, 카메라 위주인 곳도 있는데 우리는 다 맞춰서 SVnet을 최적화한다.
자동차와 IT는 업계 분위기가 아주 다른데.
하드웨어(HW)와 SW의 간극은 크다. 예를 들어 SW에서 버그(오류)가 나고 수정하는 과정은 너무나 당연한 건데, HW 쪽에서는 ‘제품 불량이야?’라는 식으로 생각한다. 자동차 업계가 완벽한 SW 제품을 기대하는 면이 있다. 처음에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납품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이제는 고객사 요구에 맞춰 완전히 다 개발해서 공급한다.
한국 스타트업의 강점도 있나.
자국의 완성차 업체(현대차)가 있다는 것이 스타트업으로서는 매우 큰 기회다. 또한 한국인이 쓸데없이 열심히 하고 필요 이상으로 책임지는 면이 있는데,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선호되는 자질이다. 고객사의 요청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해주니 신선하게 느끼더라.
스트라드비젼 로고

스트라드비젼 로고

첫 매각 상대 인텔, 이제는 경쟁사  

앞서 김준환 대표가 2006년 공동 창업한 얼굴 인식 기술 스타트업 올라웍스는 지난 2012년 인텔이 350억원에 인수했다. 2년 후 김 대표가 인텔에서 나와 다시 차린 회사가 바로 스트라드비젼이다. 2017년 인텔은 이스라엘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빌아이를 인수했고, 현재 스트라드비젼과 경쟁 관계에 있다.

인텔에서 얻은 자산이 있다면. 
가진 기술로 알고리즘 설계부터 시작해 태블릿용 SW로 최적화하는, 전체 개발 사이클을 한번 체험했다. 반도체 회사들이 일하는 생리도 알게 돼 지금 협업하는 반도체 업체들과의 작업이 수월하다. 우리가 가진 SW 경량화 기술이 왜 중요한지 경험하는 계기도 됐다. SW가 크면 반도체가 돌아가지 않으니까.
큰 회사를 거치는 장점이 있다는 건가.
외국 회사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웠고, 유럽과 인도 같은 지역 시장을 경험한 것도 자산이다. 그런 면에서 창업을 꿈꾸더라도 대기업 조직은 겪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팩플

https://www.joongang.co.kr/fact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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