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복마전
〈글 싣는 순서〉
1. 갈 길 바쁜 재건축·재개발 사업, 비리가 발목 잡았다
2. 비리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허위 사업비와 만능 키 OS
3. 반성 없는 사업, 조합원이 똑똑해야 부패가 사라진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을 보이지 않는 데서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제3의 손’으로 불리는 OS 요원들이다. OS는 아웃소싱(oursourcing)의 약자다. 복잡한 정비 사업에서 조합원들이 사업을 이해하도록 돕는 게 본래 역할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현장에서 OS 요원의 활동은 문제가 돼 왔다. 업체 선정, 조합 임원 선출 과정에 개입하는 등 조합원의 의사 결정 왜곡을 이끌었다.
[뉴스 너머: beyond news]
중앙일보는 OS 업체 대표 나지영(가명·여)씨를 만났다. 나씨는 1999년 OS 현장요원으로 시작해, 2000년대 중반에는 OS 업체 대표직에 올랐다. 나씨는 “OS 일을 수십 년째 하고 있지만, 이 바닥은 문제가 많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OS요원은 어떤 역할을 하나.
=OS 업무는 광범위하다. 정비 사업 안건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조합장을 포섭해 원하는 업체와 계약하도록 손을 쓰기도 한다. 조합장이나 조합원을 포섭할 때는 금품을 뿌리고 선물도 준다.
-조합장을 포섭하는 이유는 뭔가. 어떤 방법으로 포섭하나?
=조합장을 포섭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이권 개입 업체들이 조합 사업에 관여하려면 조합장을 포섭하는 게 쉽다. 방법은 ‘뒤로 사바사바’ 하는 거다. 밥 한 끼 사 먹이는 걸 시작으로, 몇백만 원 현금을 주기도 한다. 그럼 조합장은 눈이 돌아간다. 생각해봐라. 갑자기 사람들이 ‘조합장님’ 하며 대우하고, 누구는 뒷돈도 주는데. 대통령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거다.
-조합원들을 포섭하지는 않나?
=당연히 한다. 조합 안에‘빅마우스’를 심는 게 중요하다. 동대표, 부녀회장, 종교단체장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타깃이다. “홍보비 드릴테니, 조합에서 저희 편 좀 들어달라”며 부탁한다. 빅마우스 심는 데 보통 500만원~10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한 구역에 여러 OS 업체가 붙었을 때, 확보한 빅마우스의 수로 결과가 나기도 한다.
참고로 종교단체장은 교회보다 성당 구역장을 선호한다. 교회는 멀리 다른 지역으로도 다니지만 성당은 보통 그 근처에서 다닌다. 성당 구역장이 영향력이 더 세더라.
-모든 조합원이 넘어오나?
=물론 경쟁 OS 업체랑 더 친한 조합원도 있다. 우리는 그 성향을 다 분석한다. A·B·C 등급을 나누는 거다. A는 우리 편, B는 중립, C는 상대편 이런 식이다. 표를 가져오려면 상대보다 베팅을 더 해야 한다. “50만원 받았죠? 우린 더 줄게요” 하는 거다. 상대 업체가 베팅한 금액은 ‘간첩’을 통해 파악한다. 믿을만한 조합원한테 “상대 업체한테 받을 거 다 받으시고 정보만 가져와 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들어간 돈은 결국 조합원들이 분담한다고?
=당연하지. 세상에 어떤 업체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나. OS를 통해 쓴 홍보비는 결국 조합원들이 추가로 분담해야 할 돈이 된다. 용역 계약이 왜 부풀려지겠나.
-OS가 선거에 개입하는 편법은 뭔가.
=홍보요원들은 원칙적으로 선거 기간에 조합원 집을 방문할 수 없다. 하지만 편법을 쓴다. 일반 안건을 다루는 조합 총회를 선거 기간에 같이 여는 거다. 그럼 OS가 일반 총회를 명목으로 집집마다 방문할 수 있다. 그러면서 “투표하셨냐”, “누구 찍을 거냐” 자연스럽게 묻는 거다. OS는 특정 후보를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사업이 빨리 가려면 이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게 주 레퍼토리다. 일반 안건 다루는 총회와 선거 총회는 꼭 분리돼야 한다. 안 그러면 이 편법을 막을 수가 없다.
-정비 사업에서 OS는 어떤 존재인가. 폐단을 끊을 수 있나?
=OS는 필요악이다. 복잡한 사업 안건을 설명하고 조합 행정 업무를 보조하는데 OS를 쓸 수밖에 없다. 물론 여론 조작, 조합선거 개입 등 부정적인 부분은 없애는 것이 맞다. 폐단을 끊어내려면 결국 조합장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조합원들도 손 놓고 있지 말고 공부하고 똑똑해져야 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하는 현장은 별로 없는 것 같더라. 관심 없는 조합원들이 대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