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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110명이 검사복 벗었다…서초동의 검찰 엑소더스, 왜 [Law談]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들어 검찰을 떠난 검사의 수가 이미 100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6년간 월별 검사 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월 퇴직(명예퇴직·의원면직 포함) 검사의 수는 110명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다였던 2019년 ‘엑소더스’(exodus·대탈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검찰을 떠난 검사의 수가 지난 8월까지만 11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검찰기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검찰을 떠난 검사의 수가 지난 8월까지만 11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검찰기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6년간 연도별로 보면 2017년 80명, 2018년 75명, 2019년 112명, 2020년 95명, 지난해 79명이 검사복을 벗었다. 그런데 최근 6년간 75~95명 사이를 오가던 퇴직 검사 수는 올해는 8개월 만에 전년 대비 31명이 더 퇴직한 것이다. 올해 연말까지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직전 최다였던 2019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때를 전후(7~8월)로 74명(66.1%), 올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뒤 역대 최대 규모의 검찰 인사가 단행된 때를 전후(5~7월)로 76명(69.1%)이 사표를 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김남국 의원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부터 최측근 특수통 정치검사들만 편중 인사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도 김 의원과 같은 시각이 없는 건 아니다. 실제 지난 5~6월 특수통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고위간부는 물론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대거 영전하면서, 승진이 누락되거나 비교적 한직으로 전보된 검사들이 줄줄이 법복을 벗었다.

검사→판사 이직도 18명 최다…이원석“검찰과 소통해달라”

검사 18명은 경력 법관으로 임용돼 7일부터 판사로 이직한다. 검사→판사 이직 역시 경력 5년 이상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제도를 시행한 2013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4일 법관 전직하는 검사들과 오찬을 갖고 “그동안 검찰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법원에서도 좋은 재판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법률가는 어디에서 일하건 ‘정의와 공정’, ‘진실과 인권’이라는 가치를 실현해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소명을 다해야 한다”며 “검찰 업무에도 관심을 가지고 소통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검찰 안팎에서는 검사들의 대규모 퇴직·이직 현상을 두고 지난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사들의 사기가 저하한 것도 요인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검사의 수사권이 대폭 제한된 새 형사사법제도가 시행된 지 갓 1년이 지난 시점에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4월 말~5월 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드라이브를 걸면서 검찰의 입지를 좁혔다.

‘검란(檢亂)’ 수준의 조직적 저항이 있었지만, ‘검수완박’ 법안은 민주당의 입법 꼼수 속에 발의 2주 만에 국회를 통과해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공포됐다. 당시 전국평검사회의에 참석했던 한 검사는 “언론이나 법조계에서 한목소리로 우려와 비판을 쏟아내는데도 ‘마이웨이’식 입법을 밀어붙이는 모습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역대 최다인 18명의 현직 검사가 법관으로 이직한 것도 ‘검수완박’ 이후다.

이원석 검찰총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이 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법관 임용 예정 검사 18명과 오찬을 위해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검찰청

이원석 검찰총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이 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법관 임용 예정 검사 18명과 오찬을 위해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검찰청

법조계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한동훈 장관 취임 이후 검사의 수사권을 행정부 권한 범위에서 ‘검수완박’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거나 수사력을 강화하는 흐름과 맞물려, 법조시장에서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한 검찰 간부는 “개개인의 퇴직 사유는 다 다르겠지만, 현직 검사 입장에서는 지금이 변호사로 새 출발 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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