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운 문화팀 기자
매서운 추위를 가리키는 ‘동장군(冬將軍)’은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실패에서 유래됐다. 60만 대군을 이끌고 갔던 나폴레옹이 전투에서 이기고도 추위 때문에 후퇴하면서다. 당시 영국 언론은 나폴레옹을 꺾은 러시아의 추위를 두고 ‘제너럴 프로스트(General frost)’라고 썼고, 일본은 이를 ‘후유쇼군(冬將軍)’으로 번역해 한국에서도 동장군으로 쓰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소련은 독일을 상대로 동장군 효과를 누렸다. 한동안 잊혔던 동장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겨울이 다가오면서다. 지난 두 차례와 비교하면 상황은 사뭇 다르다. 예전엔 러시아가 방어하는 쪽이었지만, 이번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다. 유럽 국가들이 그동안 러시아의 저렴한 가스에 난방 등 에너지 문제를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러시아는 원거리에서도 동장군 효과를 기대하게 됐다. 반면 영국·독일 등은 올겨울이 예년에 비해 따뜻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최근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라니냐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춥고, 바람이 적은 초겨울을 예고했다. 바람이 적으면 풍력 발전도 어려워지니 에너지 위기가 가중된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상태로 지속하는 현상으로 기상이변을 일으키곤 했다. 반면 일각에선 라니냐가 겨울 중반부터 온도를 올라가게 하는 경우도 있다며 ‘따뜻한 겨울’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라니냐와 동장군은 누구를 향해 미소 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