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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경질 망신당했던 틸러슨…트럼프 비난은 피하며 마지막 의리

중앙일보

입력

2018년 2월 22일 렉스 틸러슨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8년 2월 22일 렉스 틸러슨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위터로 해고 당하는 굴욕을 맛봤던 렉스 틸러슨(70) 전 미 국무장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트윗으로 경질한 뒤 그는 어떻게 지냈을까. 그가 3일(현지시간) 입을 열었다. 이날 한 재판에 법정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다. 현장을 취재한 뉴욕타임스(NYT) 등 보도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에 대해 “(어쨌거나) 미국의 대통령은 그였다”라며 “(그가 내 의견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법정 증인으로 출석해 3시간 동안 장관 재직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그가 2018년 3월 사임한 이후 공직 생활에 대해 상세히 밝힌 적은 거의 없었다.

NYT에 따르면, 틸러슨 전 장관은 하얀 콧수염을 기른 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문이었던 사모펀드 투자자 톰 바락의 재판에 출석했다. 틸러슨 전 장관은 바락이 아랍에미레이트(UAE)를 대신해 불법 로비 활동을 벌인 혐의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했다. 바락이 대사직에 관심을 갖고 전화를 한 적은 있었지만,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와의 관계는) 그걸로 끝이었다”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만장자 친구 톰 바락(오른쪽)의 아랍에미레이트 불법 로비 의혹 관련 재판에 참석한 렉스 틸러슨 전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만장자 친구 톰 바락(오른쪽)의 아랍에미레이트 불법 로비 의혹 관련 재판에 참석한 렉스 틸러슨 전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왕세자였던 무함마드 빈 살만(MBS)과의 회동에도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트럼프가) 그 회의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미국은 (사우디의 왕위 계승 문제에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걸프국의 카타르 단교의 배후로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지목하기도 했다. MBS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 펀드’(PIF)는 지난 4월 쿠슈너가 설립한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에 20억 달러(약 2조4670억원)를 투자했다.

“트럼프와 때때로 굿 캅, 배드 캅 역할”

틸러슨 전 장관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약 40년간 글로벌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에 근무하면서 2006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이 됐다. 사실 그는 국무장관 생각이 없었지만, 트럼프의 “전권을 주겠다”는 간곡한 설득에 수락했다고 한다. 기업인 출신 장관은 그러나 국무부 내부 장악에 실패하고, 사사건건 트럼프와 충돌해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다. 틸러슨이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2017년 9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대화 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2017년 9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대화 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와 틸러슨 간에 불거진 불화설의 정점은 2017년 10월 트윗이었다. 트럼프는 “훌륭한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에게 ‘리틀 로켓맨(김정은)’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로켓맨을 잘 대해주는 것이 25년간 효과가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왜 효과가 있겠느냐”고 썼다. 중국을 방문한 틸러슨이 “북한과 2~3개 대화 채널을 갖고 있다. 대화를 지켜봐 달라”고 말한 지 하루만이었다.

트럼프는 결국 2018년 3월 “틸러슨,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트윗으로 그를 경질했다. 틸러슨은 퇴임식에서 “(워싱턴은) 때로 참 비열한 동네일 수도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회견에서 감사를 전한 내각 동료 중 트럼프는 없었다. 그는 퇴임 후 인터뷰에선 “규율이 없고 충동적인 트럼프 밑에서 일하기 힘들었다”면서 앙금을 드러내기도 했다.

틸러슨은 그러나 이 자리에선 한층 부드러워진 모습을 보였다. 논란이 됐던 ‘로켓맨’ 트윗에 대해선 “한국 문제와 같은 논쟁적인 주제와 관련한 공식 입장에선 때때로 (대통령과 전략적으로) ‘굿 캅, 배드 캅(착한 경찰, 나쁜 경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틸러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를 비난하는 것은 피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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