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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창구 카드론, 반년 새 1.4조 증가…'이자폭탄' 걱정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국민ㆍ삼성ㆍ신한ㆍ현대카드사 4곳의 카드론(신용카드 장기대출) 잔액은 반년 사이 1조4845억원 늘어나 25조3765억원으로 나타났다. 사진 셔터스톡.

4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국민ㆍ삼성ㆍ신한ㆍ현대카드사 4곳의 카드론(신용카드 장기대출) 잔액은 반년 사이 1조4845억원 늘어나 25조3765억원으로 나타났다. 사진 셔터스톡.

2년전 연 3%대 초반이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5.6%로 뛰면서 생활비가 부족해진 회사원 A(30)씨는 최근 카드론 등 신용카드 대출을 알아보다 고민이 커졌다. 100만원 미만 소액 대출임에도 연 10%가 넘는 금리가 붙어서다. A씨는 “고금리였지만 생활비가 급해 카드론을 쓸 수밖에 없었다”며 “버는 돈을 빚 갚는 데 쓰는 데 빚은 갈수록 더 늘어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잔액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4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삼성·신한·현대카드사 4곳의 카드론(신용카드 장기대출) 잔액은 반년 사이 1조4645억원 늘어난 25조3756억원으로 집계됐다. 잔액 기준으로 6개월간 늘어난 액수가 지난해 한 해 증가액(1조918억원)을 넘어섰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올해 50대 이상 장년·고령층의 카드론 잔액(12조5102억원)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최근 6개월간 50대 이상의 카드론 증가 폭(1조983억원)이 이 기간 전체 카드론 증가액의 약 75%를 차지한다.

카드론은 ‘급전’이 필요하지만 1금융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한다. 이런 상황 속 카드론 금리가 뛰면서 서민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국민·삼성·신한·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지난 8월 말 기준 연 13.22%로 한 달 전(연 12.87%)보다 0.35%포인트 올랐다.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겐 법정 최고 금리(연 20%)에 가까운 최대 연 18.44% 금리가 붙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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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금융업계는 카드론 금리가 연내 연 1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적인 긴축 흐름에 카드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이하 여전채) 금리가 5% 선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의 여전채(AA+ 등급 기준) 금리는 4일 연 5.383%로 연초(연 2.42%) 대비 2.2배 뛰었다. 여전채 금리가 5% 선을 넘어선 것은 자료 조사를 시작한 201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예·적금 등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전채로 자금을 조달해 카드론 등 대출 사업 자금으로 활용한다.

익명을 요구한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자금 조달비용이 비싸지면서 카드론 금리는 당분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카드론 주요 고객층인 중·저신용자의 이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고금리 카드빚 증가뿐만 아니라 카드값(대금) 결제를 미루는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는 것도 또 다른 문제다. 장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4곳의 신용카드 리볼빙 이월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4조8769억원에 이른다. 반년 사이 증가 폭(3093억원)은 지난해 1년간의 증가액(5017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신용카드 리볼빙은 신용카드 이용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면 나머지는 다음 달로 연기하는 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제도다.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면 당장 카드값 연체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채무상환(이월 원금)과 수수료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리볼빙 수수료는 카드론 금리보다 높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7곳의 8월 말 기준 평균 수수료율은 최고 18.35%다.

고금리 카드빚의 급증으로 저신용·저소득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부채 건전성을 더 악화할 수 있다. 시장 금리와 물가가 동시에 뛰는 등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카드값을 연체하는 차주(대출자)가 늘 수 있어서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압박으로 금융 취약계층의 카드빚 ‘돌려막기’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의원도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르면 서민들이 카드빚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우려와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금융당국은 신용카드 리볼빙 제도를 개선했다. 금융사의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차주에는 11월부터 최소 결제비율을 적용한다. 카드값 일부를 다음 달로 미룰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겠다는 얘기다.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저신용자에 한해 리볼빙 텔레마케팅(전화 판매 권유)도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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