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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칼날, 돌아올 것" VS 與 "文, 무례하다니 왕조시대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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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정치 탄압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정치 탄압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장진영 기자

정기국회 국정감사 첫날인 4일 국회 곳곳에서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민생·정책 국감’이란 취지는 온데 간데 없이,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외교참사 공방에 이어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 문제까지 터지며 국정감사는 개장과 함께 곧바로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문 전 대통령 조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국감장 곳곳에서 “정치보복”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고,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을 강제조사하라”고 받아쳤다.

충돌은 이날 국감 개시 전부터 시작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감 출정식 성격의 의원총회에서 작심한 듯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정치탄압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헛발질로 판명 난 ‘북풍’ 논리를 빌미로 전직 대통령에 대해 보복감사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 강력하게 경고한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서 남용하다가 과거 정권들이 어떠한 결말을 맞았는지 지난 역사를 꼭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휘두르는 칼날이 결국 스스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송갑석 의원는 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왼쪽부터 김영배 의원, 송 의원, 박범계 의원. 장진영 기자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송갑석 의원는 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왼쪽부터 김영배 의원, 송 의원, 박범계 의원. 장진영 기자

의총 직후 민주당은 169명 의원 전원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사과와 최재해 감사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규탄성명문을 발표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감사원을 규탄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도 돌입했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감대책회의에서 “국가기관이 법에 따라서 질문하고 조사할 필요가 있으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권을 가질 수 없다. (문 전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권을 가질 수 없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감사원 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권을 가질 수 없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감사원 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어 “(문 전 대통령이) ‘무례하다’고 화를 낸 것을 보고 ‘정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문제가 많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감사원의 서면통보 의향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은 이유이라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대한민국은 현직 대통령도 탄핵하는 나라다”며 “문 전 대통령만 성역인가.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라”고 지적했다.

“정치탄압” vs “文은 피조사자”…곳곳에서 부닥친 여야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국감에서 가장 거친 격론이 벌어진 곳은 감사원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였다. 회의 시작 전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 앞에 놓인 노트북에 ‘정치탄압 중단하라’고 쓰인 소형 피켓을 걸자, 국민의힘 의원들도 ‘정쟁 국감 NO, 민생 국감 YES’이라는 피켓을 걸며 맞불을 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KTX울산 통도사역에 도착해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KTX울산 통도사역에 도착해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야 합의로 겨우 피켓을 내리고 국감을 시작했으나, 의사진행발언에서부터 거세게 충돌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의 최종 목표는 문 전 대통령”이라며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기 의원은 “법사위에 계류된 김건희 특검법만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진실을 밝힐 정답”이라며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공세도 벌였다.

이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원은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것이 아니라 그냥 피조사자로 다루면 된다”며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즉각적인 강제조사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문 전 대통령의 ‘무례한 짓’이라는 발언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찾기 어려운 흔치 않은 용어”라며 “아직도 왕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아닌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관련 공방은 외교통일위 국감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은 이날 외교부 국감에 출석한 박 장관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개의 후 첫 발언권을 얻은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빈손외교’, ‘굴욕외교’ 심지어 ‘막말외교’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박 장관의 회의장 퇴장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날 국감에서도 박 장관에 대한 퇴장을 요구하며 국감은 파행됐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날 국감에서도 박 장관에 대한 퇴장을 요구하며 국감은 파행됐다. 연합뉴스

그러자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도리어 박 장관이 이 자리에서 이번 해외순방 내용을 국민에게 설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가 박 장관 퇴장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면서 단 36분 만에 감사가 중지됐다.

민주당이 박 장관 출석을 용인하기로 하면서 이날 오후 감사가 다시 열렸지만, 이번엔 김홍걸 무소속 의원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영상을 틀겠다고 나서면서 또다시 설전이 오갔다. 여야는 회의 중단 1시간여 만에 영상은 재생하되 음성을 틀지 않기로 합의한 뒤 회의를 재개했다.

“부끄러운 줄 알라” “버르장머리가 없다”…거친 말도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는 거친 말도 오갔다. 대통령실 이전 비용 관련 야당 질의 도중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현 정부를 ‘거짓말 정부’로 몰아붙이는 것에 대해 위원장이 주의를 달라”고 말한 게 신호탄이었다. 이에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국회가 발언 통제를 받아야 하나”고 목소리를 높이자 두 사람의 말싸움이 시작됐다. 김 의원이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지금”이라며 책상을 내리치고 이 의원이 “누구에게 지금 버르장머리라 그러느냐”고 받아치자, 회의장엔 일순 고성이 오갔다.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대표는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대통령실 이전에 대해 “이전 비용이 1조원이라는데 그 돈을 방위력 개선에 쓰는 게 낫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질의했다. 이에 이 장관이 “대통령실 이전은 적절하다”고 답하자 이 대표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쏘아붙였다. 이 대표는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국방부와 합참이 구축 중인 ‘한국형 3축체계’에 대해서도 “정부가 3축체계 부활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내년도 정부예산안에는 신규 예산이 빠졌다. 말만 요란한 ‘깡통안보’”라고 지적했다.

교육위원회 국감에서는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관련한 증인 문제를 놓고 여야가 부닥쳤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임홍재 국민대 총장,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 등 11명을 증인·참고인으로 단독 채택했지만, 대부분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권력을 남용한 명백한 폭력적 행위”(이태규 의원)라고 증인채택을 비판했고, 민주당은 “차라리 김 여사를 증인 채택할 테니 출석시켜라”(김영호 의원)고 받아쳤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선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한 정권”(윤영석 의원)이라고 지적했고 이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혈세를 낭비한다”(양기대 의원)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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