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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네이버, 美 중고마켓 1위 포쉬마크 인수…C·C·C 밸류체인 강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네이버가 북미 1위 패션 C2C(Customer to customer, 개인간 거래)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를 인수한다고 4일 발표했다. 인수금만 2조3441억원으로 네이버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특수목적법인(SPC) 프로톤 패런트가 포쉬마크 지분 100%를 취득할 예정. 인수는 내년 상반기 마무리된다. 포쉬마크를 인수하는 네이버의 커머스·커뮤니티 전략을 알아봤다.

네이버가 미국 1위 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한다고 4일 발표했다. [네이버]

네이버가 미국 1위 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한다고 4일 발표했다. [네이버]

포쉬마크는 뭐 하는 곳?

네이버가 인수를 발표한 포쉬마크는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미국, 캐나다 지역에서 중고 패션 거래를 할 수 있는 웹·앱이다. 이용자가 팔고 싶은 옷을 찍어 업로드하면 되는데, 포쉬마크는 판매 수수료를 받으며 사업을 키웠다. 특징은 바로 커뮤니티 기능. 이용자는 우편번호를 토대로 분류된 자신의 지역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피드를 꾸밀 수 있다. ‘포셔’라고 불리는 인플루언서가 전문적으로 물건을 팔기도 하고, 라이브커머스와 유사한 기능도 있다.

◦ 숫자로 본 포쉬마크: 누적 이용자 수 8000만명, 연간 활성 이용자 수는 4000만명. 지난 11년간 포쉬마크가 쌓은 성과다. 지난해 총거래액(GMV)은 18억 달러(약 2조5800억원), 매출은 3억3000만 달러(약 4732억원)를 기록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활성 이용자 4000만명 중 80%가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라고 설명. 또 “매출과 거래액이 3년간 연평균 25%씩 성장하고 있다”며 포쉬마크의 성장성을 강조.

◦ “당근마켓과 달라”: 국내에선 중고거래 앱이라고 하면 당근마켓을 떠올리기 쉽다. 일각에서 포쉬마크를 ‘미국판 당근마켓’이라고 비유하기도. 이에 대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당근마켓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최 대표는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당근마켓이 만물상 같은 호리젠탈(horizontal·수평적인) C2C라면 포쉬마크는 한 단계 진화한 전문적이고 버티컬한 C2C 서비스”라고 말했다. 김 CFO도 “과금 모델이 입증되지 않은 만물상 같은 C2C 서비스와 과금도 잘 되고 패션에 특화된 버티컬 서비스 중에서 고민하다 포쉬마크와 접촉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네이버는 왜 인수하나

①웹툰으로 물꼬 튼 북미 사업 확대, ②커머스 사업 영향력 강화, ③MZ세대 데이터 확보. 네이버는 포쉬마크 인수를 통해 이 세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대규모 딜을 밀어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 커머스 중에서도 C2C: 네이버는 e커머스 시장에서 개인간 거래, 중고거래가 가장 성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 대표는 “미국 중고 패션 시장은 한국 전체 패션 시장보다 더 크다”며 “규모·성장성을 모두 입증할 수 있다”고 말해. 또 “전 세계 C2C 시장에선 아직 최고의 강자가 없지 않냐. 그럼 네이버에게 기회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미 시장 1위 사업자를 통해 미국에 들어가는 건 좋은 기회”라고 밝혀.

◦ 동남아·유럽·미국으로 확장: 그동안 글로벌 커머스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린 네이버. 이미 국가별 C2C 시장 업체들을 연이어 인수하고 지분투자도 해왔다. 왈라팝(스페인), 베스티에르 콜렉티브(프랑스), 빈티지시티(일본)가 그 결과물. 네이버 자회사 크림을 통해 사솜컴퍼니(태국), 리벨로(싱가포르)에도 투자.

◦ 네이버의 ‘C·C·C’ 전략: 커머스·커뮤니티 기능의 시너지 효과도 네이버가 기대하는 부분. 포쉬마크에는 하루 50만건의 판매 글이 올라오고 10억 건의 좋아요, 공유가 발생하고 있다. 팔로워가 100만명이 넘는 셀러도 있다. 이용자들이 오늘 당장 무언가를 사지 않더라도 포쉬마크 안에 머물며 여러 콘텐트를 소비한다는 뜻. 최 대표는 “포쉬마크엔 체류하고 교류하고 발견하며 커머스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커머스 사업 모델은 그간 네이버가 해온 스마트스토어 사업과는 다르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 네이버는 나아가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해있는 네이버웹툰·왓패드(웹소설) 등 콘텐트 사업과 포쉬마크간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앞으로는  

이날 ‘빅딜’을 발표 후 네이버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79% 하락한 17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18만 원대 밑으로 떨어진 건 2020년 4월 이후 2년 5개월만.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에 대해 시장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반반으로 나뉜다

네이버가 4일 포쉬마크 인수를 발표한 날,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딜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네이버]

네이버가 4일 포쉬마크 인수를 발표한 날,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딜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네이버]

◦ 실리콘밸리 진출: 네이버가 혁신 기술과 스타트업의 심장인 실리콘밸리에 진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최 대표는 “시장 1위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시너지까지 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도 “실리콘밸리 기업 경영진에 ‘네이버가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었던 건 그간 네이버가 잘했다는 뜻”이라고 말해.

주가 급락 vs.“합리적인 인수가격”: 최 대표는 “(포쉬마크 인수에 대해) 생각보다 많이 반겨주시지 않는 건가 싶다”고 했다. 이날 주가가 폭락한 데 대한 반응. 증권가에선 ▶포쉬마크가 올해 적자로 전환했으며 ▶현재 포쉬마크 주가도 지난해 초 상장 대비 반토막이라는 점 ▶네이버가 지난해 5월 왓패드에 이어 적자 기업을 연이어 인수한 점에 대해 우려가 나왔다.

최 대표는 “해외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평가한다”며 “통상 인수 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있어 주가가 약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사업을 추진할 때 방어적으로 하지 않는다. 방어하려면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네이버는 거시 환경에 상관없이 좋은 기회에 투자할 수 있고 그걸 감내할 저력이 있다.” 김 CFO도 “신규 투자를 줄여가는 분위기인데 대규모 투자가 적절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반박했다. 포쉬마크는 상장 이후 한때 시가총액이 70억 달러(9조9820억원)까지 올랐는데 12억 달러라는 몸값(약 1조7000억원)에 사들인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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