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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폐지는 72조 중 3조뿐…英총리 이번엔 "공공지출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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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부자 감세안’은 폐지했지만 다른 감세정책은 고수하면서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부채 감축 계획안을 서둘러 발표하기로 했다. 공공지출을 줄이는 등 고육지책을 제시했지만 지속 가능한 재정에 난항이 예상되면서 트러스 총리와 보수당의 앞날이 어둡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지난 3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보수당 총회에서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의 연설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지난 3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보수당 총회에서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의 연설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러스 英 총리 "다른 감세안은 유지" 

트러스 총리는 3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소득세 최고세율 45% 폐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다른 감세안은 계속 밀고 나가겠다고 공표했다. 대신 감세로 인한 정부 재정 공백을 메우는 방법으로 공공지출 축소를 거론했다. 그는 "소득세 기본세율 인하, 법인세 인상 폐지, 인지세 인하 등의 감세정책은 근로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공지출을 통제해 재정적 책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쿼지 콰텡 재무장관은 이날 보수당 총회에서 영국의 부채를 줄이기 위한 중기 계획을 이달 안에 발표하기로 약속했다고 BBC 등이 전했다. 콰텡 장관은 당초 이 계획안을 오는 11월 23일에 발표하기로 했지만, 감세정책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발표 시기를 당기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계획안에는 공공지출 축소를 포함한 부채 삭감 5개년 계획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폴 존슨 재정연구소(IFS) 소장은 "지속 가능한 재정을 담보하려면 재무장관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며 "감세 계획을 전부 철회하지 않으려면 사회보장과 공공서비스 등 공공지출에 대한 대규모 삭감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공약 뒤집고 공공지출 축소 고려 

앞서 지난달 23일 트러스 내각은 1972년 이후 최대 규모인 450억 파운드(약 72조원) 감세안을 발표했다. 이후 영국 경제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까지 혼란이 휩싸이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결국 트러스 총리는 3일 오전 감세정책 중 일부인 부자 감세안으로 불리는 소득세 최고세율 45%를 철폐하기로 했다.

문제는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가 차지하는 금액은 20억파운드(약 3조원)에 불과해 나머지 430억파운드(약 69조원) 감세로 인한 재정 공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트러스 총리와 콰텡 장관 모두 공공지출에 손을 대기로 하면서 의료·연금·교육 등 공공서비스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이는 트러스 총리가 지난 8월 보수당 대표 선거에서 감세하면서도 공공지출을 줄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과는 반대되는 결정이다.

공공지출 감축마저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아이뉴스는 "보수당 내에선 430억파운드 감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공공지출에 칼을 댄다면 또 엄청난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투자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선임 애널리스트는 CNBC에 "최저소득자들이 감세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운데) 등 트러스 내각 인물들로 변신한 시위대가 지난 2일 영국 버밍엄의 빅토리아 광장에서 감세안 반대 등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운데) 등 트러스 내각 인물들로 변신한 시위대가 지난 2일 영국 버밍엄의 빅토리아 광장에서 감세안 반대 등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느냐 죽느냐, 경제 신뢰성에 달렸다

3일 부자 감세안 폐지 후 파운드화는 반등하고 국채금리가 하락했지만, 전체 감세안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영국 자산운용사 블루베이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닐 메타는 블룸버그통신에 "영국 정부가 경제 정책의 방향을 바꾸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며 "파운드화 상승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버룸 캐피탈의 전략 담당 수사나 크루즈는 "영국 정부가 감세에 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명확한 전략을 보여주기 전에 파운드화와 영국 국채에 가해지는 압력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러스 내각은 사면초가에 빠진 격이다. 더타임스는 프리티 파텔 전 내무장관을 인용해 "트러스 총리와 보수당의 '사느냐 죽느냐(live or die)' 문제는 경제적 신뢰성에 달려있다"면서 "지속 가능한 재정 계획을 보여주고 공공지출에 대한 약속을 지켜 신뢰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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