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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에 2100억 쏟아붓는 '한국판 촐페라인'…태백 불안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에코 잡 시티(ECO JOB CITY) 태백’ 사업 대상 부지인 강원 태백시 장성동 일대. 사진 한국광해관리공단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에코 잡 시티(ECO JOB CITY) 태백’ 사업 대상 부지인 강원 태백시 장성동 일대. 사진 한국광해관리공단

‘에코 잡 시티 태백’ 핵심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립

정부가 쇠락한 강원 태백시 탄광촌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독일 ‘촐페라인(Zollverein) 탄광’처럼 만들기로 한 지 4년. 한국형 ‘촐페라인’ 단지이자 도시재생 뉴딜사업인 ‘에코 잡 시티(ECO JOB CITY) 태백’은 성공할 수 있을까.

4일 태백시에 따르면 에코 잡 시티 태백은 2018년 8월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 선정됐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을 주축으로 한국지역난방공사, 대한석탄공사가 함께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태백시 장성동 일대에 바이오매스 발전소, 목재펠릿 제조공장, 미이용 산림자원 수거센터, 스마트농업 플랫폼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2153억 원, 사업 면적은 46만여㎡에 달한다. 사업의 핵심은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립으로 옛 석탄공사 훈련원 부지에 우드칩을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소 짓고, 생산한 친환경 전기를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어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고 장성광업소에 들어설 스마트팜에 공급해 상품성 높은 저온성 딸기를 생산하는 데도 쓸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현장 점검에 나선 태백시의회에서는 에코 잡 시티 태백이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의 나오고 있다. 태백은 2001년 ‘탄광에서 관광으로’를 목표로 설립했던 태백관광개발공사가 수천억 원 빚만 남긴 채 좌초한 사례가 있어서다.

'태백 에코 잡 시티' 조감도. 자료 태백시

'태백 에코 잡 시티' 조감도. 자료 태백시

발전소 연간 ‘10만t 폐잡목’ 필요

고재창 시의장은 “이번 사업의 핵심은 발전소를 건설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발전소가 돌아가려면 연간 10만t의 폐잡목(미이용 산림)이 필요한데 인근 5개 시·군에서 확보할 수 있는 폐잡목은 연간 4300t 정도로 알고 있다”며 “사업 규모가 크고 시민 걱정이 많은 만큼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업 재검토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숙 부의장은 “이 사업이 과연 고용창출이나 장성광업소 폐광에 따른 인구유출을 막을 수 있는 사업인지 의문이 든다”며 “또다시 과거 사례처럼 빚만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실제 태백시는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 장성동 일대 도시재생사업에 잇따라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인구 감소는 끝이 보이는 않는 상황이다. 장성동 인구는 첫 번째 도시재생사업을 했던 2013∼2017년 4년간 3808명에서 3630명으로 178명(4.6%) 감소했다. 장성탄탄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에코 잡 시티 태백 사업이 시작된 2018년부터 지난 8월 말 기준 4년간은 3551명에서 3280명으로 271명(7.6%)이 줄면서 감소율이 증가했다.

'에코 잡 시티 태백' 사업 현장 점검하는 태백시의회. 사진 태백시의회

'에코 잡 시티 태백' 사업 현장 점검하는 태백시의회. 사진 태백시의회

최근 10년 ‘10명 중 2명’ 마을 떠나 

최근 10년간(2011∼2021년) 추세를 보면 장성동 인구는 4104명에서 3334명으로 770명(18.7%)이 감소했다. 주민 10명 중 2명이 마을을 떠난 셈이다. 여기에 태백지역 유일한 탄광인 장성광업소까지 폐광하면 장성동 인구 급감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에코 잡 시티 태백) 사업 진행 과정에서 중간에 여러 가지 안이 변경돼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담당자들과 들여다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에코 잡 시티 태백은 사업 선정 당시 한국형 촐페라인 도시재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초대형 문화예술 복합단지로 변신한 촐페라인은 독일 폐광지 도시재생 성공사례다. 1847년부터 석탄을 생산한 독일 서부 촐페라인은 유럽 최대 탄광 단지였다. 하지만 석탄 고갈과 공해 문제 등으로 1986년 폐쇄되자 사람들이 떠나면서 지역은 폐허로 변했다.

이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정부는 촐페라인을 되살리기 위해 100만㎡ 규모의 전체 단지 디자인을 네덜란드 출신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에게 맡겼다. 이후 이곳에는 ‘루르의 에펠탑’이라고 불리는 권양타워와 루르·레드닷디자인박물관 등이 건립됐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촐페라인은 폐광지에서 연간 150여만명이 방문하는 문화도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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