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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계신 아버지 사망자로"…연금끊겨 알게된 병원 황당 실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북 군산에 사는 시민이 지난달 16일 군산시청 홈페이지에 올린 민원 글 일부. 사진 군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전북 군산에 사는 시민이 지난달 16일 군산시청 홈페이지에 올린 민원 글 일부. 사진 군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누구 책임?" 군산시청 홈페이지에 민원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노인이 병원 측의 '클릭' 실수 한 번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연금까지 끊기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4일 군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군산시청 홈페이지에 '살아계신 아버지가 사망자로 돼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민원인 아버지 기초연금이 지난 6월부터 입금되지 않아 주민센터에 확인해 보니 살아 있는 아버지가 행정기관에 '사망의심자'로 등록돼 인감 등이 말소됐다는 내용이다.

민원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센터 3회, (군산시) 사회복지과 3회, 한국장례문화진흥원 1회, 주택금융공사 2회, 요양병원 7회 통화해야만 했다"며 "어떤 기관에서 (아버지를) 사망의심자로 등록했는지 알아내기가 어려웠고, 현재도 아버지는 사망의심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살아계신 분이 행정상 사망자로 이렇게 쉽게 기록된다는 것이 황당하다"며 사망의심자로 잘못 등록한 기관을 감독 기관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이 없는지 등도 물었다.

군산시 조사 결과 민원인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는 과정에서 병원 측의 실수가 발견됐다. 군산시는 "퇴원 수납 과정에서 병원 직원 부주의로 일반 퇴원 환자를 사망 환자로 착각해 통보한 것을 확인했다"며 "시스템상 '퇴원' 버튼 옆에 '사망' 버튼이 있어 잘못 입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병원 직원이 마우스로 퇴원 사유를 클릭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취지다.

국민연금공단 한 지사 상담 창구 모습. 본 기사와는 무관함.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한 지사 상담 창구 모습. 본 기사와는 무관함. 연합뉴스

군산시 "민원인에게 사과…기초연금 돌려줘"

최종 검증 책임은 자치단체에 있지만, 군산시도 추가 확인 없이 민원인의 아버지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기초연금을 끊었다. 보건복지부도 요양병원의 초보적인 실수와 군산시의 허술한 검증을 걸러내지 못했다.

군산시에 따르면 의료기관 등이 입력한 사망의심자 정보는 자동으로 보건복지부 시스템에 등록된다. 복지부는 "사망자로 오인하는 사례가 드물게 발생하긴 하지만, 복지급여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군산시는 민원인에게 사과하고 지급하지 않은 기초연금을 돌려줬다. 요양병원 측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사망했다고 잘못 통보한 내용을 즉시 수정해 일반 퇴원으로 정정하도록 조처했다.

하지만 요양병원 측에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군산시는 "의료법상 직원 부주의로 인한 사망 착오 통보에 해당하는 행정처분 조항이 없다"며 "행정원장·기획실장·원무과장 등 의료기관 책임자에게 직원 교육을 철저히 해 추후 같은 민원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지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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