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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치개혁 5법 여야 발의…尹 중대선거구-李 다당제 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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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대선거구제를 오랫동안, 정치하기 전부터 선호해왔다. 개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선거제도 개혁이다.”

대선 기간이던 지난 2월 TV토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개혁과 관련해 밝힌 내용이다. 경쟁 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당시 “양당 독식 체제를 깨야 한다”며 다당제 도입을 천명했다. 적어도 대선 당시엔 두 사람이 거대 양당의 독과점 정치 구도를 깨고 국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런 토대에서 21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여야 중진 등 원내 5당 의원이 ‘정치 개혁 5법’을 4일 공동 발의해 관련 논의에 불을 붙일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도입, 이 대표의 다당제 도입 등이 모두 포함된 법안이다. 과거에도 일부 법안이 개별적으로 발의된 적은 있지만, 관련 법안을 ‘패키지’로 묶어 여야가 뜻을 모은 건 처음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민주당 이상민 대표발의…국민의힘 이명수ㆍ이용호도 공동 발의

5선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현 양당정치 체제의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는 내용의 5가지 법안을 4일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다당제를 촉진할 정당법 개정안이 핵심이다.

주목할 점은 법안에 여야 중진을 비롯해 원내 5당 소속 의원이 모두 참여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에선 이 의원 외에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4선),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3선), 친문 김종민 의원(재선) 등 계파와 상관없이 12명이 발의에 참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4선의 이명수 의원과 재선의 이용호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무소속이었다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용호 의원은 지난달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해 42표(주호영 원내대표 61표)를 얻어 파란을 일으켰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중앙포토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중앙포토

이밖에 정의당(장혜영 의원)ㆍ기본소득당(용혜인 의원)ㆍ시대전환(조정훈 의원) 등 나머지 원내 정당에서도 1명씩 이름을 올렸고, 무소속 김홍걸ㆍ양정숙 의원이 참여해 총 19명이 공동발의했다.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제 도입…창당 요건 완화

법안 내용은 “정당별 서비스 경쟁을 가속해 기득권 양당 체제를 혁파하는 내용”(이 의원)으로 구성됐다. 핵심 법안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하나의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선출할 의원 정수는 ‘1인’으로 한다’(21조 2항)를 ‘4인 또는 5인’으로 바꿨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명시한 내용이다. 지역구의 크기를 키워 4~5명씩을 뽑으면, 거대 정당이 독식하는 현재의 양당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지역구 의원과 동수로 뽑게 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는 현행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에서 ‘지역구 127명, 권역별 비례대표 127명, 전국비례대표 46명’으로 바뀌게 된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현재는 지역구 의원 49명을 뽑는데, 선거구 조정을 통해 이를 짝수(48명 또는 50명)로 바꾼 뒤 24명(또는 25명)을 각각 지역구와 권역별 비례대표로 뽑는 방식이다. 이 경우 현재 49개인 서울 지역구도 자연히 5~6개로 조정된다. 다만 이 부분은 선거구 획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 의원은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권역별 비례제 도입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의뢰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8월 18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여야 간사에 김상훈 국민의힘·전재수 민주당 의원을 선임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회의를 마친 뒤 남인순 위원장(가운데)과 국민의힘 김상훈 간사(오른쪽), 민주당 전재수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8월 18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여야 간사에 김상훈 국민의힘·전재수 민주당 의원을 선임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회의를 마친 뒤 남인순 위원장(가운데)과 국민의힘 김상훈 간사(오른쪽), 민주당 전재수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당법 개정안에선 정당 설립 요건을 대폭 낮춰 누구나 쉽게 창당을 할 수 있게 했다. 현재는 서울 소재 중앙당과 지방 5개 이상의 시도당, 그리고 시도당별 1000명 이상의 법정 당원을 구비해야만 창당이 가능한데, 이런 요건을 모두 삭제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TK(대구ㆍ경북) 개혁당’(가칭), ‘호남 진보당’(가칭) 같은 지역 중심 정당 창당이 가능해진다. 또 특정한 이슈를 중심으로 온라인 정당을 창립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현재 의석 규모 순으로 국고보조금을 배정받는 현행법을 고쳐 소수정당도 더 많은 비율의 금액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또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현재 국회 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10석’으로 낮추도록 했다.

여야 대표도 공감대…‘현역 이해관계’가 걸림돌

최근 정치권에선 정치 개혁을 주제로 다양한 움직임이 있다. 지난달 16일엔 한국행정연구원 주최로 여야 5개 정당 의원 17명이 모여 ‘정치 양극화 해결을 위한 협동연구 집담회’를 열었다. 또 지난달 25일에도 민주당 이탄희 의원, 국민의힘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등 여야 청년 정치인들이 모여 ‘정치제도 개혁’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현실적인 저항이다. 기득권 양당제를 혁파하자는 구호가 실현되려면 기득권 양당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필수적이다. 한국선거학회장을 지낸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선거구제 개편은 20년 이상 전 부터 나온 의제”라며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이 이제 와서 통과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하지만 거대 양당의 대표가 최근 연설에서 ‘정치개혁 추진’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는 않다. 지난달 28일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 다양한 의지와 가치가 국정에 수렴될 수 있게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튿날 대표연설에서 이 대표의 제안을 언급한 뒤 “저와 국민의힘은 국가 발전을 위해 올바른 방향이라면 민주당과 협의할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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