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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 인상에 속수무책, 환율 방파제 구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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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비기축통화국의 원죄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외환시장이 문자 그대로 요동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자마자 환율은 달러당 1400원을 돌파한 후 불과 하루 만에 1430원선을 시험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강력한 저항선은 1240원 선이었다. 그런데 올해 3월 미 연준이 제로금리에서 탈피한 3월, 이 저항선이 뚫리더니 이후 단행한 한 차례의 빅스텝과 연이은 세 차례의 자이언트 스텝에 힘입어 1400원까지 수직 상승을 해 이제 상단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되었다. 굳이 추정한다면 1980년대 중반 이후 달러 인덱스가 120 정도로 가장 높았던 2000년대 초반 수준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경우 향후 약 5.5% 정도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고 이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480원 정도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 Fed, 타국 배려 없이 금리 올려
전 세계로 인플레이션 수출하는 셈
국제금융시장 발작 넘어 패닉 조짐
통화 바스켓이나 통화스와프 필요

원·달러 환율 1480원 넘볼 듯

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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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상대가격이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다면 달러 가치가 급등했든지, 원화 가치가 급락했든지 아니면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겹쳐 일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요인은 대부분 ‘킹달러’로 불리듯 달러 가치의 급상승에 기인한 바가 크다. 앞서 언급한 달러 가치의 척도인 달러 인덱스의 경우 연초 95.0에서 최근 20년래 가장 높은 수준인 113.6까지 19.5% 정도 급등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의 증가는 22% 정도로 대부분이 달러 가치 상승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환 당국이 “우리 원화만 가치가 하락한 것이 아니다”라는 강변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다.

그런데 한가지 주목할 점은 8월 말부터 원화 자체의 약세 조짐도 미세하나마 포착된다는 점이다. 원화는 유로나 캐나다 달러, 중국 위안화 등 주요 통화대비 가치가 급락했다가 지난주부터 본격화된 외환 당국의 적극 개입에 힘입어 다시 안정세를 보인다. 그만큼 외환시장이 예민하다는 방증이다. 금융시장이 점차 예민해진다는 증거는 최근 국제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파운드화 급락에서도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영국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 상태다.

와중에 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상태에서 정부가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지난달 26일 이틀 새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7%나 폭락하면서 40년 만에 파운드와 달러의 환율이 1대 1에 가까워졌다. 이러한 폭락 원인으로 감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악화를 들고 있으나 그런 식으로 따지면 미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 정책 역시 동일 선상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 정도 자극에도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이 발작 (tantrum)을 넘어 이제 패닉 (panic) 단계에 근접하고 있다는 징조다.

Fed 냉·온탕 정책이 불안 키워

글로벌 경제가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코로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미 연준의 연속된 헛발질도 일부 책임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았다는 ‘성공의 추억’에 빠져 3조가 넘는 달러를 석 달 만에 시장에 들이붓는 사상 최대의 양적완화 작전을 단행했다. 사후적으로 예상과 달리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 대신 소비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소비 대체로 반응하면서 경기침체는 일시적이었다. 경기 부양에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달러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공급측 요인에 수요측 요인의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은 완전히 고삐가 풀린 상황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작년 5월 인플레이션이 5%를 초과하면서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들렸지만, 연준은 일시적(transitory) 현상이라고 일축하면서 초동 대응에 실기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10개월이 지나 뒤늦게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인식한 연준은 올해 3월부터 급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한 것이다.

다른 나라 경기침체까지 촉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금까지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역외로 수출하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이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타국의 경기침체를 가속하는 효과까지 가져오게 되었다. 달러 가치가 높아질 때 달러의 구매력이 높아지는 속도보다 다른 나라 통화 대비 가치 상승 속도가 빠르게 되면 다른 나라 가치의 구매력은 더 낮아지게 돼 인플레이션이 수입되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 미국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상황은 경기상황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8월 기준 실업률은 3.7%로 건전한 수준이고, 실업급여 신청 건수 4주 평균은 22만 4000건으로 고용상황이 양호하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란 법안을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이름과 달리 인플레이션과는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 한마디로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게 핵심으로 고용시장에 안전망을 구축하는 중간선거용 포석이다. 미국은 이렇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펼쳐놓고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이러한 안전망을 설치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 금리를 좇아가야 한다. 미 금리와의 격차를 벌려놓으면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해 인플레이션이 수입되고 그렇다고 무리하게 쫓아가면 경기침체에 직면하게 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이제 미국은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자국 우선주의에 빠져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오고 못 따라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뱁새들 입장에서는 황새의 발걸음을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질 노릇이다. 실제 이미 많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가랑이가 찢어지고 있다. 8월 말 기준으로 IMF 구제금융은 이미 1400억 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서막에 불과하다. 아직 집행하지 않은 자금 규모만 2680억 달러로 이미 대출한 금액의 거의 두배에 달하는 금액이 향후 집행될 예정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이제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통화스와프 무용론’ 신중해야

최근 통화스와프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자 한은을 중심으로 ‘통화스와프 무용론’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두 가지가 주요 근거인데 들여다보면 사실은 같은 내용이다. 첫째는 ‘우리나라 원화만 약세가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다른 나라 통화도 달러 대비 비슷하게 약세라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얘기한 바와 같다. 둘째, 이미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가지고 있는 5개국 중 캐나다를 제외한 나머지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일본 엔화 등이 모두 약세를 보이니 통화스와프가 환율 안정에 별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제 미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는 인플레이션 수입뿐 아니라 경기침체까지 수반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내년에는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명확해질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회귀 현상이 본격화될 경우 과연 원화가 유로와 같은 주요 통화와 계속 궤를 같이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배리 아이켄그린이 얘기했듯 비기축통화라는 원죄(original sin)가 있고, 그 원죄는 바로 꼬리 위험(tail risk)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꼬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통화스와프라는 외환 방파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보았다. 이에 빗대 생각해 보자. 정부가 태풍의 예상 경로는 일본 규슈 쪽으로 향하니 아무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한은은 미래를 예측하는 게 주임무가 아니라 대응이 가장 중요한 책무다. ‘이러 이러한 이유로 외환시장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는 레토릭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대외용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태풍 경로가 내륙으로 변경될 때에 대비하는 것, 그것이 정부 그리고 무엇보다 한은이 해야 할 책무다.

원죄(original sin)

기독교에서 차용한 단어로 아이켄그린·하우스만·파니자가 일련의 논문을 통해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 통화로 해외에서 차입할 수 없으며 이를 원죄라고 명명했다. 이들은 미국·유로·일본·영국·스위스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가 이러한 원죄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러한 원죄 현상은 해당국의 거시건전성과 관련 없고 국제 금융시장의 불완전성에 원인이 있는 만큼 신흥국이 통화 바스켓으로 해외 차입이 가능하도록 국제기구 설립이나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