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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외교참사 덮으려는 의도” 여권 “의도된 정쟁 키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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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천절 경축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천절 경축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와 관련해 3일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탄압’ 주장에 대해선 “언론에 먼저 공개한 것도, 정쟁을 키운 것도 모두 민주당”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감사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분”이라며 “대통령실도 언론을 보고서야 조사 요청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감사원의 ‘사전교감설’을 부인한 것이다. 이처럼 야당이 문 전 대통령을 정국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의도된 정쟁’을 만들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시각이다. 거리두기 분위기 속에서도 진상 규명 자체는 필요하다는 기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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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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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통령실 일각에선 유병호(사진) 감사원 사무총장의 ‘불도저 스타일’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당과의 전선이 문 전 대통령으로까지 확대되는 건 아무래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번 이슈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읽힌다. 공수 전환을 이끄는 호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지지층의 불만이 상당하다”며 “야당의 지지층이 결집하면 우리 지지자들도 결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 조사엔 정체 국면인 윤 대통령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고 본다. 친문계인 전해철 의원은 “윤 대통령이 낮은 국정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직 대통령을 근거 없이 망신 주려는 의도라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서면조사를 요청한 지난달 28일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한창이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친문계 의원은 “소위 ‘외교참사’ 논란을 문 전 대통령 조사로 덮으려는 의도”라며 “윤 대통령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안을 건드렸다. 이제는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현 정부와의 극한 대결 국면이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서해 피격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가족이 앞장서서 문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를 맹비난하고 있고, 문 전 대통령이 피격 당시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던 점도 민주당으로선 부담이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민주당이 문 전 대통령 보호를 외칠수록 ‘민생은 뒷전이고 전직 대통령만 지키려고 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며 “중도·무당층도 ‘야당이 정쟁에 매몰됐다’는 비판적 시각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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