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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학은 재정위기, 교육교부금은 20조원 남아도는 현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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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7월 전교조 등 교육단체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추진을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벌였다. 그러나 교부금 사용을 요청하는 대학측과 재정 전문가들은 초중고교로 제한된 경직된 교부금 운영이 재정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반박한다. 뉴스1

지난 7월 전교조 등 교육단체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추진을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벌였다. 그러나 교부금 사용을 요청하는 대학측과 재정 전문가들은 초중고교로 제한된 경직된 교부금 운영이 재정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반박한다. 뉴스1

내국세의 20%인 교부금, 초·중·고만 지원  

인재 육성하려면 법 개정해 대학 지원해야

어제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 국내 대학과 초·중·고교의 공교육비 격차가 더욱 커졌다.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1287달러로 평균(1만7559달러)에 한참 못 미쳤고, 전년보다 오히려 줄었다. 반면에 초등학생은 1만3341달러로 전년보다 6%, 중·고등학생은 1만7078달러로 14% 증가했다. 이들은 각각 OECD 평균(9923달러, 1만1400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대학생 공교육비가 초등학생보다 적은 나라다. 1998년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6365달러)는 초등학생(2838달러)의 2.2배였지만 2014년부터 역전됐다. 대학 투자는 제자리였던 반면, 초·중·고교 예산은 내국세의 20.79%로 고정돼 있는 교육교부금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교부금제가 생긴 건 1972년이다. 학생들이 넘쳐나 교육 환경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교육투자가 국가 발전의 초석이란 믿음 아래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부금으로 배정했고, 이 비율은 꾸준히 늘었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교부금이 급증했지만 학생 수는 줄었다. 초·중·고 학생 수가 2013년 657만 명에서 올해 532만 명으로 감소한 반면, 교부금은 41조원에서 81조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학생 1인당 교부금은 625만원에서 1528만원으로 2배가 넘었다. 이렇다 보니 교육청에선 돈이 넘쳐 제대로 관리가 안 된다. 노트북과 태블릿PC를 나눠주고 코로나19 지원금 등 수십만원씩 현금을 지급했다. 이렇게 쓰고도 남은 돈이 올해 17개 시·도 교육청에 20조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7년 3000억원가량이었던 적립금이 67배로 폭증한 셈이다.

반면에 교부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대학의 교육 여건은 열악하다. 시설이 노후해 정밀점검 대상인 건물 수가 국립대 1곳당 평균 2018년 4.7개 동에서 2020년 6.4개 동으로 늘었다. 지방대 교수들은 전자저널 구독 예산이 부족해 명문대에 재직 중인 선후배들의 아이디를 빌려 논문을 다운받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교부금의 일부를 대학도 쓸 수 있게 추진 중이지만 법률 개정 사항이라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다수 의석을 점한 야당이 난색을 표하고 있고, 교육감들과 전교조 등 교육단체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 낭비가 뻔히 보이는 교부금제를 방치하는 건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분야처럼 필요한 비용을 계산한 뒤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재정 운영을 효율화해야 한다. 초·중·고교와 대학 교육의 목표가 다르지 않다. 인재 양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정치권과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시효가 지난 교부금제를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