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조합 6%만 조사했는데…조합돈으로 여행 등 부적정 603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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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국 1600여 개 재건축·재개발 조합에서 소송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비리 의혹도 넘쳐나지만, 이들 조합에 대한 공적 감시는 부실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박 겉핥기식 관리감독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지난 7년간 합동 실태점검을 한 서울 지역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36곳에 그친다. 서울 전체 재개발·재건축 조합(592곳)의 6.1%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토부와 서울시가 합동 점검을 한 36곳 조합에서 적발된 부적정 사례는 603건에 달했다. 조합당 평균 16.8건이 적발된 셈이다. 이 중 시정명령, 환수 권고, 행정지도를 제외하고 위법 혐의가 중대해 수사 의뢰한 것은 76건이다.

적발 유형은 다양하다. 조합원 총회 의결 없이 수십억원의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조합 돈으로 조합 임원들이 해외여행을 간 사례도 있었다. 입찰 제안서엔 아파트 설비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해놓고선 공사비에 슬쩍 끼워 넣은 건설사도 한두 곳이 아니다.

2019년 9월 문재인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관리·감독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며 ‘정비사업 조합 운영 실태점검 매뉴얼’까지 만들었지만, 현장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서울의 경우 2019년엔 세 차례에 걸쳐 8곳,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6곳, 3곳 점검에 그쳤다.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가 함께 점검에 나서는 경우도 드물다.

조합 실태 점검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전국 재개발·재건축 조합 점검을 상시화하고, 전수조사 같은 특단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비리를 수사해 적발해내야 할 경찰 등 수사기관의 칼끝도 무디기만 하다. 서울 서대문 관내 재건축 비리 수사를 한 A경감은 “복잡하고 다양한 유형의 비리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전담 수사팀을 두는 등 수사 전문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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