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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감산 움직임…셈법 복잡해진 중앙은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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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인플레 파이터’로 나선 각국 중앙은행의 계산이 다시 복잡해지게 됐다. 주춤하는 듯했던 국제 유가가 다시 들썩여서다. 산유국이 감산에 나서 국제 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로이터는 2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오는 5일(현지시간) OPEC 본부에 모여 하루 원유 생산량을 100만 배럴 이상 줄이는 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최근 유가가 하락하고 시장 변동성이 심해지자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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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회원국들은 하루 50만~100만 배럴 감산을 검토하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일방적으로 추가 감산을 할 수도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OPEC+는 OPEC과 러시아·베네수엘라 등 비OPEC 국가가 만든 협의체로 코로나19 확산 속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자 일일 원유 생산량을 3320만 배럴까지 줄였다. 세계 경기 회복 조짐에 원유 생산을 늘려 지난 8월 말 OPEC+의 일일 생산량은 4020만 배럴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 수치는 증산 합의 목표치인 4390만 배럴보다는 적다. 블룸버그는 이번 감산이 세계 경기 침체 우려와 달러화 강세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산유국 감산 가능성에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3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 넘게 급등한 배럴당 83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초 배럴당 76달러선이던 WTI 가격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배럴당 123.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경기 침체 우려로 지난달 말에는 배럴당 79달러선까지 내려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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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OPEC+의 움직임은 긴축의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린 각국 중앙은행에는 골치 아픈 일이다. 물가 상승 압력을 다시 키울 수 있어서다. 물가 잡기에 혈안이 돼 있는 각국 중앙은행이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월 1일 국회에서 “한은이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유가가 될 것”이라며 “10월 이후에 유가가 크게 올라간다면 예상보다 물가가 오르게 되고, 정책 기조(점진적 금리 인상)는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이 지난 6월(9.1%) 이후 7월(8.5%)과 8월(8.3%)에 연속 하락한 건 에너지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이 컸다. 국제 유가가 다시 뛰면 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다.

유가 이외에도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지난 8월 식품과 재화, 서비스, 주거비 등이 일제히 오르며 물가 피크 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진 상태다. 국제 유가가 물가 급등의 불쏘시개가 된다면 긴축의 강도는 더 세질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공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최대 1.25%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 달 FOMC에서 Fed가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페드와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 중 54.6%는 다음 달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유럽의 에너지 대란도 국제 유가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화하며 대체재인 원유로 수요가 몰릴 수 있어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는 올해 4분기(10~12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8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브로 사카르 DBS은행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3일 AFP에 “연말 수급이 타이트해지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돌아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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