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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슈디·우엘벡·에르노…올해 노벨문학상 누구 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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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해 노벨문학상은 어떤 작가에게 돌아갈까. 수상자 발표일(한국시간 6일 오후 8시)이 다가오면서 전 세계 문학팬, 출판 관계자들의 마음이 설렌다. 예외가 있긴 했지만 스웨덴 한림원은 모두의 예상을 깨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2016년 미국의 팝 가수 밥 딜런 수상이 그랬고, 지난해 수상자인 아프리카 탄자니아 출신 영국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그랬다. 2019년 피터 한트케 선정은 유고 내전 당시 인종청소를 옹호하는 그의 과거 발언으로 뜨거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인터넷에는 조지 오웰, 프란츠 카프카 등 ‘노벨상이 비껴간’ 작가 명단이 돌아다닌다.

6일 발표되는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영국의 살만 루슈디. [AP=연합뉴스]

6일 발표되는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영국의 살만 루슈디. [AP=연합뉴스]

실제 결과와 다를 공산이 크지만 영국의 래드브록스 등 베팅 업체들은 올해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5),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64)과 아니 에르노(82),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84)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들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베팅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래드브록스의 배당률은 미셸 우엘벡이 7배, 살만 루슈디 8배, 응구기 와 티옹오가 10배, 스티븐 킹 10배, 아니 에르노가 12배였다. 배당률이 낮을수록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6일 발표되는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프랑스의 미셸 우엘벡. [AP=연합뉴스]

6일 발표되는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프랑스의 미셸 우엘벡. [AP=연합뉴스]

또 다른 베팅 업체 나이서 오즈(Nicer Odds)는 미셸 우엘벡 6~8.5배, 응구기 와 티옹오 10~11배, 살만 루슈디 5.5~12배, 아니 에르노 8~13배, 앤 카슨 5~15배 순으로 점쳤다. 두 업체의 상위 5위 리스트에서 살만 루슈디, 미셸 우엘벡, 아니 에르노, 응구기 와 티옹오가 겹치는데, 응구기 와 티옹오는 지난해에 아프리카 출신 작가에게 상이 돌아갔기 때문에 작가의 출신 대륙 안배를 하는 한림원 특성상 올해 수상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몇 년간 단골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언급도 올해는 다소 적은 편이다.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은 뜨거운 찬사와 신랄한 비판을 동시에 받는 논쟁적 작가로 유명하다. 외설 논란을 부른 1998년 소설 『소립자』가 대표적이다. 특히 그의 2015년 소설 『복종』은 2022년 프랑스에 합법적인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파장을 불렀다. 공교롭게도 소설 출간일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난입해 총기 난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심이 폭발했다.

6일 발표되는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케냐의 응구기 와 티옹오. [AP=연합뉴스]

6일 발표되는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케냐의 응구기 와 티옹오. [AP=연합뉴스]

노벨문학상 선정의 정치적 함의와 관련해 가장 미묘한 관심 대상은 살만 루슈디다.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의 대중 강연 도중 이슬람 신도로 피습당한 사건 때문이다. 루슈디는 1988년 소설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89년 당시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가 작가를 처단하라는 내용의 파트와(종교 칙령)를 내린 바 있다. 이 책의 출판과 관계된 출판인, 번역가, 서점, 도서관 등이 연이어 테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루슈디는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와 희곡 작가 안톤 체포흐의 이름을 합친 ‘조지프 앤턴’이라는 가명으로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2002년까지 도피 생활을 해야 했고, 이 시기를 회고한 책 『조지프 앤턴』에서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루슈디의 노벨상 수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매체는 미국 문화인들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잡지 뉴요커다. 칼럼니스트 데이빗 렘닉은 지난달 5일 자에 실린 ‘이제는 살만 루슈디가 노벨상을 타야 할 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우리 시대의 그 누구도 루슈디만큼 ‘표현의 자유’에 대해 지치지 않고 말해온 사람이 없다”며 “그의 문학적 성취는 한림원도 인정할 것이고, 노벨상이 그에게 주어진다면 자유로운 세계를 방해하는 자들에게 상징적인 질책이 될 것”이라고 썼다. 노르웨이포스트 역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들의 리스트를 전하며 “2022년이 루슈디의 해가 될 수 있을까?”라고 썼다.

아시아에서는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베팅 업체 리스트에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73)와 한국의 고은(89), 중국의 옌롄커(64)와 위화(62) 등이 수상 후보로 이름이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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