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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 게놈 분석해 진화 연구…노벨 생리의학상에 스반테 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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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대 인류의 유전체에서 현대인과의 연결 관계를 발견해 인류의 진화 과정을 밝혀낸 스웨덴 출신의 유전학자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스반테 페보(67)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박사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페보 박사는 멸종한 호미닌(인간의 조상 종족)과 인간 진화에 관한 비밀이 담긴 게놈(유전체)에 대해 중요한 발견을 했다고 평가받았다.

스웨덴 출신의 유전학자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반테 페보 교수. 그는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등 고유전학의 창설자 중 한 사람이다. [EPA=연합뉴스]

스웨덴 출신의 유전학자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반테 페보 교수. 그는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등 고유전학의 창설자 중 한 사람이다. [EPA=연합뉴스]

페보 박사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7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중동으로, 다시 세계 곳곳으로 이주하면서 호미닌과 만나 유전자를 교환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혔다.

그는 4만 년 된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나온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후 ‘원시게놈학(paleogenomics)’이라는 새로운 과학 분야가 탄생했다.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호미닌인 ‘데니소바인’의 DNA를 바탕으로 해당 고대인의 유전자 지도를 해독하기도 했다. 데니소바인은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처음 발견된 고대 인류다.

김성수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보 박사는 스웨덴 웁살라대 박사과정 시절부터 이집트 등을 다니며 네안데르탈인의 뼛속 DNA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네이처 같은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며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피가 섞였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것이 대표적인 업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런 유전학적 사실이 현생 인류의 만성 질병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은 “2020년 초에 페보 박사는 ‘인간 게놈의 0.002%(약 50KB) 정도 부위가 코로나19 감염 및 입원과 연관성이 있다. 특히 이 부위를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았다’는 견해를 내놨다”며 “이는 진화생물학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페보 박사는 123년 노벨상 역사상 7번째로 ‘부자(父子) 수상’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는 2014년 출간한 저서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에서 자신이 수네 베리스트룀 전 세계보건기구 의학연구협의위원회 위원장의 혼외자임을 고백했다. 베리스트룀(1916~2004)은 지방산 연구 업적으로 198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바 있다. 부자가 나란히 노벨상을 받는 기록이 나온 것은 아서 콘버그(1959년)-로저 콘버그(2006년) 이후 16년 만이다. 그의 어머니는 에스토니아 출신의 화학자 카린 페보다.

올해 노벨상은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순서로 발표된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원)를 준다.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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