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학생들, 정주영 회장 몰라 충격…사명감에 책 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이민우 전 부국장이 10여명을 인터뷰해 『정주영이 누구예요』를 펴냈다. [사진 마니아타임즈]

이민우 전 부국장이 10여명을 인터뷰해 『정주영이 누구예요』를 펴냈다. [사진 마니아타임즈]

이민우(78) 전 중앙일보 부국장은 체육 기자로만 30년을 보냈다. 기자를 마무리하고는 삼성스포츠단 상무, 명지대 체육부장, 한국체육언론인회장 등을 지낸 스포츠계 인사다. 그런 그가 최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일대기를 그린 『정주영이 누구예요』(사진)를 펴냈다. 왜 스포츠인이 아닌 기업가 자서전을 썼을까.

정주영이 누구예요

정주영이 누구예요

우선 개인적 인연이 있다. 이 전 부국장의 할머니는 일제시대 경성에서 ‘복흥상회’라는 쌀집을 운영했다. 그 쌀집에 1934년 찾아온 스무살 강원도 총각이 정 회장이었고, 3년간 일했다. 할머니는 정 회장 얘기를 손자에게 자주 했다. “힘도 세고, 부지런했어. 쌀 두 가마니를 양 어깨에 턱 짊어졌지. 남들 잘 때 혼자 일어나 일할 준비를 다 해. 종업원이 7명 정도 있었는데 막내가 주인공 역할을 하는 거야.” 정 회장도 훗날 현대 신입사원 연수회에서 자신의 쌀집 점원 시절을 꺼내곤 했다. “처음엔 배달꾼이었어요. 근데 창고가 뒤죽박죽인 거야. 그래서 쌀은 열가마씩 줄을 지어서 쌓고, 팥·깨 등도 따로 놓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했어요. 주인 아주머니가 보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그 뒤 치부책(장부)을 저에게 주셨죠.” 할머니와 정 회장의 끈끈함 덕에 이 전 부국장은 정 회장이 대한체육회장이 된 1982년 서울 청운동 자택에서 단독 인터뷰도 할 수 있었다.

고 정주영 회장

고 정주영 회장

본인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로만 점철됐다면 책은 에세이에 그쳤을지 모른다. 정작 이 전 부국장이 정주영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3년전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이 되고 학생들을 만났는데, 대부분 정주영을 잘 모르는 겁니다. 너무 충격이 컸죠. 대한민국의 거인을 역사책에 박제해두면 안 되겠다는 사명감이 샘솟더군요.”

이때부터 이 전 부국장은 ‘정주영 사람들’을 탐문하며 찾아다녔다. 정 회장 오른팔이었던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수차례 만났고, 이충구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접촉해서는 자동차 사업 진출의 뒷얘기를 들었다. 정 회장의 대북사업과 국민당 창당, 문화일보 창간 얘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직접 인터뷰한 이가 십여명, 확보한 자료가 수천 페이지에 이르렀다. 덕분에 책은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 위주로 쉽게 읽히면서도 사변적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굵직한 한국 현대사와 맞물려 있다.

이 전 부국장은 “정주영 찬양서가 아니에요. 명색이 기자였는데 손발 오그라드는 건 나도 못 씁니다. 그래도 패배주의와 보신주의가 만연한 요즘, 정주영의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은 너무 절실합니다”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