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채용때 “탈법 신원조회”/경찰에 부탁 시위 전력자등 가려내

중앙일보

입력 1990.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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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면접시험 탈락자들 인권 침해 호소
경찰이 특정 개인기업들로부터 부탁을 받고 법으로 금지된 컴퓨터 신원조회를 비공식적으로 해줘 기업들이 이를 토대로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시위전력자 등 기피인물을 가려내는데 사용하는 사례가 빈번해 인권침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국제 인권옹호 한국연맹 인권상담소에는 취업철을 맞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각 업체의 인사담당자들이 경찰과의 친분관계 등을 이용,불법적인 신원조회로 합격자 선발에 이용하고 있다며 필기시험에서 좋은 성적으로 1차 합격하고도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탈락자들의 진정서 및 피해신고가 매달 20여건에 달하고 있다.
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에 따르면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 범죄경력 조회자료는 공무원임용 예정자나 국영 및 정부관리 기업체의 중역,군수업체 신규채용인력에 한해서만 해당기관 또는 업체의 요구가 있을때 제공할 수 있으며 남용하면 5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일선경찰서의 전과 조회업무를 의경이 담당하고 있고 이름ㆍ주민등록번호ㆍ주소만 알면 단말기를 통해 개인별 형사입건 날짜ㆍ죄명ㆍ사법처분결과 등 20여개 항목을 쉽게 조회할 수 있어 변칙적으로 활용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재학시절 총학생회 간부를 지낸 경력이 있는 김모씨(27ㆍ서울 Y대 정외 87년 졸)의 경우 90년4월 B기업 입사시험에 합격했으나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
이모씨(27ㆍ서울 S대 법학 87년 졸)도 89년9월 D그룹,90년 4월 D무역,9월 H실업의 필기시험에 모두 합격했으나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이들은 과거 재학시절의 시위전력 이외에는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인권상담소에 호소해왔다.
한 기업체의 인사관계자는 『평소 친분있는 경찰간부를 통해 컴퓨터 신원조회를 비공식적으로 의뢰,시위전력 등이 나타나면 입사시험 성적에 관계없이 모두 불합격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국제 인권옹호 한국연맹 이종목상임위원(56)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됐던 시위전력자가 사법시험 등 국가시험까지 합격하는 최근의 사회분위기에 역행,단순시위가담 경력만으로 취업이 봉쇄되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밝히고 『기업체의 요구에 경찰이 비공식적으로 범죄경력조회에 응해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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