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서면조사 VS 尹 외교성과…'신·구 정권' 내일 국감서 싸운다

중앙일보

입력 2022.10.03 18:30

업데이트 2022.10.03 18:38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를 맞아 여야가 각각 전ㆍ현직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면서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이임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이임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회는 4일부터 24일까지 14개 상임위원회에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운영ㆍ정보ㆍ여성가족위원회 등 겸임 상임위 3곳은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국감을 진행한다. 이번 국감에선 지난해보다 38곳 늘어난 총 783곳이 피감기관으로 지정됐다. 첫날인 4일에는 국회 법제사법(대법원)ㆍ정무(국무조정실)ㆍ외교통일(외교부)위원회 등 12개 상임위에서 주요부처 감사가 이뤄진다.

정권교체 후 첫 국감인 만큼 여야 간 ‘신구(新舊)권력’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국감 직전에 불거진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 서면조사 논란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 당시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요청하자 민주당은 “감사권 남용”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첫날부터 곳곳이 화약고다. 4일 국방부를 대상으로 한 국방위 국감에서 여당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전 정부의 이른바 ‘안보실정’을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여기서 여야가 문 전 대통령 조사 문제를 놓고 세게 맞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 감사는 11일이지만, 이날 열리는 법사위 국감에서도 관련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외교부 대상으로 한 이날 외통위 국감에선 윤 대통령의 ‘48초 환담’, 비속어 논란 등 외교성과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를 “외교참사”라고 규정하고 지난 달 30일 ‘윤석열 정권 외교참사ㆍ거짓말 대책위원회’까지 꾸려 전열을 정비했다. 특히 지난 달 29일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윤 대통령이 거부한 만큼 민주당은 이날 국감에 출석한 박 장관을 집중 공격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이번 국감의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를 꼽고 있다. 이날 국무조정실을 대상으로 한 정무위원회 국감에선 대통령실 이전 비용 예산 편성 문제를 집중 질의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영빈관 신축 등을 포함해 대통령실 이전에 1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앞서 국무조정실이 문재인 정부에서 태양광발전 등을 위해 진행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관련 비리 혐의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만큼 관련 질의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여당은 행정안전ㆍ국토교통위원회 등에서 대장동ㆍ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성남FC 비리 후원 의혹 등 이 대표를 향한 공세를 벼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법사위ㆍ교육위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다루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특히 교육위는 앞서 김 여사의 논문 표절 및 허위 학력 의혹과 관련해 임홍재 국민대 총장,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 등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임 총장과 장 총장은 4일 국감을 앞두고 해외출장을 사유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예년과 같이 올해도 기업 총수들이 대거 국감장에 불려나온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대응책을 묻는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올해부터 실시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최익훈 대표이사(CEO)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이외에도 ‘플랫폼 기업 갑질’ 문제와 관련해 ‘네카쿠배(네이버ㆍ카카오ㆍ쿠팡ㆍ배달의민족)’ 임원들이 국감 증언대에 선다.

정부ㆍ여당은 “민생ㆍ정책국감”을 강조하며 야당의 공세를 사전 차단하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3일 열린 고위 당ㆍ정협의회에서 “내일부터 시작되는 국감에서 야당의 공세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합리적 비판과 대안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소통하지만, 이번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 같이 근거없는 정략적인 공세에 대해선 내각과 여권도 모두 단호하게 대응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지금 하는 모습을 보니 윤석열 정부 첫 국감을 난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그러나 지금은 생산적인 국감이 되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힘써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파헤치겠다”며 강력한 공세를 예고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이번 국감은 몰아닥치는 경제위기 퍼펙트스톰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방관만 하는 윤석열 정부의 무대책과 무능력을 질타하는 문책의 시간이자, 대통령실을 둘러싼 무수한 의혹과 논란을 철저히 파헤치는 규명의 시간”이라며 “혹독한 검증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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