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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루슈디가 주인공일까? 목요일 밤 노벨문학상 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케냐 출신의 작가로, 영국 망명 후 아프리카의 삶을 전달하는 작품을 꾸준히 써왔다. 사진은 주런던 스웨덴 대사관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축하연에서 상장을 들어보이는 구르나. AP=연합뉴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케냐 출신의 작가로, 영국 망명 후 아프리카의 삶을 전달하는 작품을 꾸준히 써왔다. 사진은 주런던 스웨덴 대사관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축하연에서 상장을 들어보이는 구르나. AP=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은 어떤 작가에게 돌아갈까. 수상자 발표일(한국시간 6일 오후 8시)이 다가오면서 전 세계 문학팬, 출판 관계자들의 마음이 설렌다. 예외가 있긴 했지만 역대로 스웨덴 한림원은 모두의 예상을 깨는 수상자를 발표해 왔다. 2016년 미국의 팝 가수 밥 딜런 수상이 그랬고, 지난해 수상자인 아프리카 탄자니아 출신 영국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그랬다. 2019년 피터 한트케 선정은 유고 내전 당시 인종청소를 옹호한 그의 과거 발언으로 뜨거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인터넷에는 조지 오웰, 프란츠 카프카 등 노벨상이 비껴간 작가 명단이 돌아다닌다.

실제 결과와 다를 공산이 크지만 영국의 래드브록스 등 베팅 업체들은 올해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5),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64)과 아니 에르노(82),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84)을 유력 수상 후보로 본다. 이들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베팅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래드브록스의 배당률은 미셸 우엘벡이 7배, 살만 루슈디 8배, 응구기 와 티옹오가 10배, 스티븐 킹 10배, 아니 에르노가 12배였다. 배당률이 낮을수록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뜻이다.

베팅업체선 미셸 우엘벡 우세

미셸 우엘벡은 올해 주요 베팅업체들이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AFP=연합뉴스

미셸 우엘벡은 올해 주요 베팅업체들이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AFP=연합뉴스

또 다른 베팅 업체 나이서 오즈(Nicer Odds)는 미셸 우엘벡 6~8.5배, 응구기 와 티옹오 10~11배, 살만 루슈디 5.5~12배, 아니 에르노 8~13배, 앤 카슨 5~15배 순으로 점쳤다. 두 업체의 리스트 상위 5명 중 살만 루슈디, 미셸 우엘벡, 아니 에르노, 응구기 와 티옹오가 겹친다. 지난해 아프리카 출신 작가에게 상이 돌아갔기 때문에, 작가의 출신 대륙 안배를 하는 한림원 특성상 응구기 와 티옹오는 올해 수상 가능성이 낮을 거라는 예상이 많다. 몇 년간 단골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수상 기대감이 예년에 비해 낮은 편이다.

두 베팅 업체 모두 가장 유력한 수상자로 꼽은 프랑스의 미셸 우엘벡은 뜨거운 찬사와 신랄한 비판을 동시에 부르는 논쟁적 작가다. 외설 논란을 부른 1998년 소설 『소립자』가 대표적이다. 특히 그의 2015년 소설 『복종』은 2022년 프랑스에 합법적인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파장을 불렀다. 공교롭게도 소설 출간일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난입해 총기 난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심이 폭발했다.

'살만 루슈디' 왜 들어봤지? 지난 8월 뉴욕에서 괴한에 피습

이슬람을 모독하는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이슬람교의 공격을 받아온 작가 살만 루슈디는 여러 해 노벨문학상에 거론돼 왔다. 올해는 지난 8월 뉴욕에서 괴한의 피습을 당한 사건으로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사건 이후 그의 소설 『악마의 시』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AP=연합뉴스

이슬람을 모독하는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이슬람교의 공격을 받아온 작가 살만 루슈디는 여러 해 노벨문학상에 거론돼 왔다. 올해는 지난 8월 뉴욕에서 괴한의 피습을 당한 사건으로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사건 이후 그의 소설 『악마의 시』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AP=연합뉴스

올해 노벨 문학상에서 각별한 관심을 모으는 작가는 살만 루슈디다. 그는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대중 강연 도중 이슬람 신도로 추정되는 괴한에게 10여 차례 칼에 찔려, 팔과 눈을 크게 다쳤다.

루슈디는 1988년 소설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89년 당시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가 작가를 처단하라는 내용의 파트와(종교 칙령)를 내릴 정도로, 이슬람권에서 적대시하는 작가다. 당시 작가인 루슈디 본인을 비롯해『악마의 시』출판과 관계된 출판인, 번역가, 서점, 도서관 등도 공격의 대상이 됐다. 이후 루슈디는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와 희곡 작가 안톤 체호프의 이름을 합친 ‘조지프 앤턴’이라는 가명으로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2002년까지 도피 생활을 해야 했고, 이 시기를 회고한 책 『조지프 앤턴』에서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살만 루슈디가 뉴욕에서 괴한에게 피습을 당한 뒤, 작가들과 시민 400여명이 모여 표현의 자유를 촉구하고 살만 루슈디를 지지하는 집회를 뉴욕 공립도서관 앞에서 열었다. REUTERS=연합뉴스

살만 루슈디가 뉴욕에서 괴한에게 피습을 당한 뒤, 작가들과 시민 400여명이 모여 표현의 자유를 촉구하고 살만 루슈디를 지지하는 집회를 뉴욕 공립도서관 앞에서 열었다. REUTERS=연합뉴스

이런 루슈디의 노벨상 수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매체는 미국 문화인들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잡지 뉴요커다. 칼럼니스트 데이빗 렘닉은 지난달 5일 자에 실린 '이제는 살만 루슈디가 노벨상을 타야 할 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우리 시대의 그 누구도 루슈디만큼 '표현의 자유'에 대해 지치지 않고 말해온 사람이 없다“며 ”그의 문학적 성취는 한림원도 인정할 것이고, 노벨상이 그에게 주어진다면 자유로운 세계를 방해하는 자들에게 상징적인 질책이 될 것“이라고 썼다. '노르웨이 포스트' 역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들의 리스트를 전하며 "2022년이 루슈디의 해가 될 수 있을까?"라고 썼다.

아니 에르노, 하루키도 거론… 목요일 오후 8시 유튜브 중계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는 자전적이면서 사회학적인 작품을 써왔다. 『단순한 열정』 『남자의 자리』 『탐닉』 등 여성 내면의 욕망과 감정을 또렷하게 쓰는 여성해방문학 작가인 동시에 차갑고 간결한 문장과 표현으로 대중성도 획득했다는 평가다. 2003년 그녀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아시아에서는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73)와 한국의 고은(89), 중국의 옌롄커(64)와 위화(62), 찬 쉐(69) 등이 베팅 업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정도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는 영어와 스웨덴어로 진행되며, 한림원 유튜브로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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