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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올해부터 줄어드는 中인구, 3연임 시진핑 걸림돌 될 것“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월 중국 구이저우성 츠수이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5월 중국 구이저우성 츠수이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줄어드는 중국 인구가 이번 달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3기 통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일자리 부족 등 경제적 불안감이 커진 중국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면서 중국 인구가 올해부터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FT는 “많은 인구통계학자들은 시 주석이 전례 없는 3연임 지도자가 되는 2022년부터 중국의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올해는 중국의 미래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구감소, 시진핑 입지 좁게할 것”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한 행사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한 행사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EPA=연합뉴스

왕펑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교수는 “중국의 인구 감소가 시진핑 3기 집권 시작과 동시에 일어난 건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시 주석의 통치에 어려움을 줄 수 있어서다. FT는 “시 주석은 정치적으로는 우세해도, 부동산 위기, 제로코로나 정책 장기화로 인한 소비자 불만, 지방 정부의 재정 부족 등으로 펼칠 수 있는 경제 여력이 줄었다”며 “이런 와중에 급속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경제를 성장시키고 위기를 관리하려는 시 주석의 입지를 좁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2100년 中인구 현재 절반 이하 감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제 많은 전문가는 중국 인구가 올해부터 줄어들 거라고 전망한다. 중국 상하이 사회과학원과 호주 빅토리아대는 공동연구를 통해 중국 인구가 올해부터 줄어 2100년에 5억8700만명이 된다고 봤다. 중국 민간 싱크탱크 위와인구연구는 6억8500만명, 인구학자인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이푸시엔(易富賢) 교수는 4억4000만명까지 줄어들 거로 전망했다. 2021년 중국 인구인 14억1300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유엔도 중국 인구가 내년부터 감소해 인도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고, 2100년엔 7억7100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현재 3명까지 출산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큰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7월 24세 이하의 중국 청년 5명 중 1명이 일자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자리를 잃은 청년 상당수가 장기 계획을 유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불안·제로코로나로 결혼·출산 급감

지난 2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한 커플이 혼인신고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한 커플이 혼인신고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로 중국 민정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혼인신고 건수는 763만건이었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0년대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신생아 수도 지난해 1062만명으로 시 주석이 집권한 지난 2012년과 비교해 45% 이상 감소했다. 펑시우젠 빅토리아대 선임연구원은 “경제 압박이 크면 사람들은 생활안정이 위협받는다고 느껴 출산을 줄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년 넘게 이어진 강력한 ‘제로코로나’ 정책도 출산율 감소에 기름을 부었다. 1600만~1700만명대를 유지해오던 중국 신생아 수는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에 1200만명으로 전년(1465만명) 대비 18% 급감하며 감소세가 가팔라졌다. 이푸시엔 교수는 “2020년과 2021년 결혼이 크게 줄며 2022년 신생아 수는 전년보다 약 100만 명가량 줄 것”이라며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아이를 낳고자 하는 의지를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높은 집값과 과도한 교육비 지출도 출산율 감소의 또 다른 원인이다. 위와인구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평균 자녀 양육비는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7배다. 4배인 미국과 비교해도 많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각에선 중국의 인구감소가 경제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제인 골리 호주국립대학 교수는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줄어든다는 건 근로자가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걸 의미한다”며 “향후 중국은 (다른 선진국처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FT는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 주도 경제 모델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 제조업 부문의 생산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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