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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 상상도 싫다"…국힘 운명의 '집안싸움' 이번주 결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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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이번 주에 국민의힘은 당의 운명을 좌우할 두 번의 고비를 맞는다. 우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이 이르면 4일 나오고,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추가 징계가 6일 결정된다.

가장 이목이 쏠리는 것은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 황정수)의 가처분 결정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정진석 비대위뿐 아니라 여당 전체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물론 국민의힘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가처분 기각이다. 기각 시 정 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투톱 체제에 힘이 실리고, 당은 악몽 같았던 가처분 파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당이 여러모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기각 결정은 모처럼 만의 단비 같은 소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예고한 당 윤리위도 한숨 돌릴 수 있다. 제명이나 탈당 권유 등 후폭풍을 감수해야 하는 징계를 하지 않고도 추가 당원권 정지를 통해 이 전 대표를 내년 전당대회에서 배제할 수 있다. 반대로 이 전 대표는 장외 여론전 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어져 행동반경이 좁아진다.

여권 “가처분 인용? 상상조차 싫은 아노미”

9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9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문제는 법원이 정진석 비대위와 개정 당헌에 대해 효력정지 결정을 했을 때다. 이 경우 가처분 심문에서 국민의힘 측 대리인으로 나선 전주혜 의원의 표현대로 ‘재앙’에 가까운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가처분 인용 시 정진석 비대위는 좌초하고 주호영 ‘원톱 체제’가 된다. 또 비대위원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최고위원회로 리턴해야 한다. 이때 최고위원은 주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이준석계인 김용태 전 최고위원 셋뿐이다. 영남 중진의원은 “비대위로도 못 돌아가고, 최고위는 정족수가 미달인 최악의 상황”이라며 “보궐 선거로 최고위원을 채워야 하는데, 어떤 성향의 최고위원이 등장할지 모르는 위험 부담 때문에 당에 역대급 내홍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9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9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따라서 이렇게 될 경우 당 윤리위가 6일 총대를 메고 사태 수습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당 윤리위의 선택지는 이 전 대표 제명 혹은 탈당권유(10일 이내 탈당 신고서 미제출 시 자동 제명) 두 가지다. 이 전 대표를 제명해야만 대표 궐위 상태가 인정돼 다시 비대위를 설치할 근거가 생기고, 주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대행을 맡을 수 있다. 이 경우 최고위원을 보궐 선거로 뽑을 필요 없이, 주 원내대표가 다시 비대위원을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앞서 본지 통화에서 제명 처분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예고했다. 당이 또다시 지루한 가처분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 법원이 제명 처분까지 효력 정지하면 ‘대표 궐위’를 근거로 설치된 새 비대위는 또다시 무효가 된다. 여권 관계자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가처분 아노미 상태”라며 “이 경우 재창당 등 특단의 대책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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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문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재앙에 가까운 후폭풍을 고려하면 법원이 가처분을 다시 인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당헌 개정을 소급 적용으로 볼 것이냐가 핵심인데, 지난달 법원 심문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인용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9월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에 출석한 뒤 법원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9월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에 출석한 뒤 법원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1일 1저격’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일 이승만 정권 시절 ‘사사오입 개헌’을 거론하며 “최근 상황과 데자뷔 된다”고 했고, 북한을 ‘휴전선 위의 악당들’이라고 표현하며 당내 친윤계 인사들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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