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이번 주에 국민의힘은 당의 운명을 좌우할 두 번의 고비를 맞는다. 우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이 이르면 4일 나오고,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추가 징계가 6일 결정된다.
가장 이목이 쏠리는 것은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 황정수)의 가처분 결정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정진석 비대위뿐 아니라 여당 전체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
물론 국민의힘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가처분 기각이다. 기각 시 정 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투톱 체제에 힘이 실리고, 당은 악몽 같았던 가처분 파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당이 여러모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기각 결정은 모처럼 만의 단비 같은 소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예고한 당 윤리위도 한숨 돌릴 수 있다. 제명이나 탈당 권유 등 후폭풍을 감수해야 하는 징계를 하지 않고도 추가 당원권 정지를 통해 이 전 대표를 내년 전당대회에서 배제할 수 있다. 반대로 이 전 대표는 장외 여론전 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어져 행동반경이 좁아진다.
여권 “가처분 인용? 상상조차 싫은 아노미”
문제는 법원이 정진석 비대위와 개정 당헌에 대해 효력정지 결정을 했을 때다. 이 경우 가처분 심문에서 국민의힘 측 대리인으로 나선 전주혜 의원의 표현대로 ‘재앙’에 가까운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가처분 인용 시 정진석 비대위는 좌초하고 주호영 ‘원톱 체제’가 된다. 또 비대위원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최고위원회로 리턴해야 한다. 이때 최고위원은 주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이준석계인 김용태 전 최고위원 셋뿐이다. 영남 중진의원은 “비대위로도 못 돌아가고, 최고위는 정족수가 미달인 최악의 상황”이라며 “보궐 선거로 최고위원을 채워야 하는데, 어떤 성향의 최고위원이 등장할지 모르는 위험 부담 때문에 당에 역대급 내홍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이렇게 될 경우 당 윤리위가 6일 총대를 메고 사태 수습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당 윤리위의 선택지는 이 전 대표 제명 혹은 탈당권유(10일 이내 탈당 신고서 미제출 시 자동 제명) 두 가지다. 이 전 대표를 제명해야만 대표 궐위 상태가 인정돼 다시 비대위를 설치할 근거가 생기고, 주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대행을 맡을 수 있다. 이 경우 최고위원을 보궐 선거로 뽑을 필요 없이, 주 원내대표가 다시 비대위원을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앞서 본지 통화에서 제명 처분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예고했다. 당이 또다시 지루한 가처분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 법원이 제명 처분까지 효력 정지하면 ‘대표 궐위’를 근거로 설치된 새 비대위는 또다시 무효가 된다. 여권 관계자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가처분 아노미 상태”라며 “이 경우 재창당 등 특단의 대책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재앙에 가까운 후폭풍을 고려하면 법원이 가처분을 다시 인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당헌 개정을 소급 적용으로 볼 것이냐가 핵심인데, 지난달 법원 심문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인용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1일 1저격’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일 이승만 정권 시절 ‘사사오입 개헌’을 거론하며 “최근 상황과 데자뷔 된다”고 했고, 북한을 ‘휴전선 위의 악당들’이라고 표현하며 당내 친윤계 인사들에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