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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후 극단선택…이런 비극 8년간 매주 1건씩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족 등을 숨지게 하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살해 후 자살 사건이 최근 8년간 국내에서 매주 한 번꼴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2020년 8년간 발생한 살해 후 자살 사건의 가해자는 416명에 달했다. 연평균 52명이다. 8년 동안 살해 후 자살 사건이 매주 1건씩 일어난 셈이다. 인 의원은 “살해 후 자살은 피해자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죽음을 맞기 때문에 ‘동반자살’로 정의되는 사건과 명확히 구분된다”라며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신체적 약자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치매 환자인 70대 아내를 돌봐온 80대 남성이 아내를 살해하고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유서에는 “내가 데리고 간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아동학대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올해 3월에는 경기 시흥시에서 50대 여성 B씨가 중증 발달장애인 20대 딸을 살해하고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 실패하자 B씨는 경찰에 직접 “딸을 죽였다”고 신고했다. B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딸과 단둘이 살아오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는데, 갑상선암과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은 앞서 친모에 징역 6년이란 중형을 선고했고, 최근 항소심에서도 제1심의 형을 유지했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부모에 의해 사망하는 사례도 많다. 최근 전남 완도 일가족 비극에 이어 7월에도 경기 의정부시 한 주택에서 40대 부부와 6세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부부가 남긴 유서에는 빚 문제 등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동권리보장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28명이었고, 이 가운데 살해 후 자살(시도) 사건에 의한 사망 아동은 7명(25%)이었다. 이런 비율은 점차 느는 추세다. 2019년 42명 중 9명(21.4%), 2020년 43명 중 12명(27.9%)이었고 지난해는 35%(40명 중 14명)였다. 살해 후 자살(시도) 사건에 의한 사망 아동의 평균 연령은 5.8세이고, 0세의 아동이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재근 의원은 “살해 후 자살의 원인과 배경을 개인적 문제에서만 찾아선 안 된다”라며 “상당수가 사회 안전망의 빈틈에서 발생하는 만큼 국가의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톨릭대 심리학과에서 발표한 ‘국내 살해 후 자살의 현황과 특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살해 후 자살의 주원인은 관계 문제로 나타났다. 자녀와 가족 살해의 경우 가족의 질병 및 사망 문제, 경제 문제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인재근 의원은 “최근 살해 후 자살 시도 사건을 맡은 재판부도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우리 사회가 충분한 관심을 기울였는지 성찰해야 한다”며 “사회 안전망을 꼼꼼히 뜯어보고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는 살해 후 자살의 통계와 사례를 관리할 수 있도록 경찰청과 정보제공 범위를 협의해야 한다. 사례 분석을 통해 사회 위험요소와 사각지대를 개선하는 방안과 절차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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