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친구 때리면 기록, 교사 때리면 안 남는다…학생부 빨간줄 공방

중앙일보

입력

교육부가 교권 보호 대책을 발표하면서 ‘학생부 빨간 줄’을 남기는 방안은 보류하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 폭행 등 교권 침해 행위를 학생부에 기록할 경우 예방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교내 갈등만 커진다는 부정적 반응도 나온다. 교육부는 현장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 8월 26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교사가 수업 중인 충남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한 남학생이 교단에 누운 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담긴 짧은 동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틱톡 캡처

지난 8월 26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교사가 수업 중인 충남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한 남학생이 교단에 누운 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담긴 짧은 동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틱톡 캡처

“실질적 대책 필요” vs “교육적 해법 찾아야”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 보호 종합 대책’은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 권한을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실에서 난동 부리는 학생을 제지하는 것 마저 아동학대로 취급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학생 생활을 지도할 권리를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해 학생을 출석 정지시켜 피해 교원과 즉각 분리하는 방안 등도 담겼다.

하지만 교사를 때린 학생의 학생부에 가해 내용을 기록하는 이른바 ‘학생부 빨간줄’ 방안은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보류됐다. 가장 주목받은 대책을 보류한 이유는 그만큼 찬반 논란이 거세기 때문이다.

교원단체도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생부 기재가 가장 강력한 수단인 만큼 이를 제외한 다른 정책은 실효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교총은  “학생부에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교권침해를 예방하기 어렵고 교실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게 현실”이라는 논평을 냈다. 앞서 7월 교총이 전국 유‧초‧중‧고 교원 86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서 심의‧결정된 교육활동 침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에 설문 참여자의 77%가 찬성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불복 소송 등이 늘어 교내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교조는 “학생부 기록은 입시에 쓰이기 때문에 대단히 예민한 사안”이라며 “교권 침해 처분 내용을 학생부 기록하는 순간 교육적 해결 가능성은 작아지고 학교는 법적 분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학생부 기록 조치가 교권 침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자칫 (소송전 등) 더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 교권 보호라는 본래의 목적을 살리지 못할 수 있기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폭행을 저지르거나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교권 침해’ 행위는 매년 늘고있다. 연합뉴스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폭행을 저지르거나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교권 침해’ 행위는 매년 늘고있다. 연합뉴스

학생 폭력 학생부 기록 두고도 갈등

현재 학교폭력은 학생부에 기재되고 있지만 교권 침해는 기록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학생은 때리면 안 되고 교사는 때려도 되느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학교폭력도 학생부 기재를 두고 갈등이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학생부 기재안을 포함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 침해 가능성을 들어 보완책을 권고했다. 진보 교육감들은 아예 학생부 기재를 보이콧했고, 교육부가 방침을 따르지 않은 공무원 징계를 요구하며 교육부와 교육청 갈등으로 번졌다. 전교조가 학생부 기재를 지시한 당시 이주호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학생부 기록 방안은 기록 보존 기간을 줄이고 경미한 내용은 졸업과 동시에 삭제하는 등의 조정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후 교권 침해의 학생부 기록 방안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시행되더라도 유예기간을 두거나, 학생이 조치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또는 2차 침해 시부터 학생부에 적는 방안, 교권 침해 행위의 경중을 고려해 일부만 기재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고영종 교육부 학교혁신지원관은 “교권 침해 예방 효과와 낙인효과를 두루 고려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