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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신경진의 차이나는 차이나

새빨간 글씨로 "핵심을 충성으로 지킨다"…큰 일 앞둔 베이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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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핵심을 충성으로 지키고, 강군의 포부로 분투하라(忠誠維護核心 矢志奮鬪强軍).’
지난달 23일 찾아간 중국 인민혁명군사박물관 광장 화단에 12자 붉은색 구호가 선명했다. 여기서 ‘핵심’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뜻한다. 즉 핵심을 향한 충성이 오는 16일 개막하는 중국공산당(중공)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대) 주요 이슈다. 앞서 지난 7월 27일 이 박물관에서 전시를 시작했던 ‘신시대 국방 및 군대 건설 성취전’엔 시 주석이 참관했다.

지난달 23일 베이징 중국 인민혁명군사박물관 광장의 모습. “핵심을 충성으로 지킨다”는 대형 구호 뒤로 국방부 청사가 보인다. 신경진 특파원

지난달 23일 베이징 중국 인민혁명군사박물관 광장의 모습. “핵심을 충성으로 지킨다”는 대형 구호 뒤로 국방부 청사가 보인다. 신경진 특파원

“핵심을 충성으로 지키고, 강군의 포부로 분투하라(忠誠維護核心 矢志奮鬪强軍).” 12자 붉은색 구호가 베이징 중국 인민혁명군사박물관 광장 화단에 조성되어 있다. 베이징엔 오는 16일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충성하자는 문구가 부쩍 늘었다. 신경진 특파원

“핵심을 충성으로 지키고, 강군의 포부로 분투하라(忠誠維護核心 矢志奮鬪强軍).” 12자 붉은색 구호가 베이징 중국 인민혁명군사박물관 광장 화단에 조성되어 있다. 베이징엔 오는 16일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충성하자는 문구가 부쩍 늘었다. 신경진 특파원

성취전 전시회장엔 가슴에 붉은 중공 휘장을 단 당원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20대 준비가 순조로움을 시사한다. 맞은편 ‘창당 100년 전람회’엔 “군사를 매우 주의해야 한다. 정권은 총대로 취득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마오쩌둥 어록이 걸려 있었다.

“군사를 매우 주의해야 한다. 정권은 총대로 취득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마오쩌둥 어록이 베이징 중국 인민혁명군사박물관의 ‘창당 100주년 전람회’에 걸려있다. 신경진 특파원

“군사를 매우 주의해야 한다. 정권은 총대로 취득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마오쩌둥 어록이 베이징 중국 인민혁명군사박물관의 ‘창당 100주년 전람회’에 걸려있다. 신경진 특파원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20대 당 대회가 임박했다.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는 이듬해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함께 향후 5년간 국정을 이끌 당과 국가 지도부를 추인한다. 정책을 담은 정치보고와 강령을 담은 당장(黨章·당의 헌법) 수정안도 심의·확정한다. 5년 전 제시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 목표 시한인 2035년까지 이행할 구체적인 계획이 16일 개막식에서 시진핑 총서기가 낭독할 정치보고에 담긴다. 20대 주요 관전 포인트다.

군 인사도 주요 관전 포인트 

지난달 21일 베이징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 및 군대 개혁 세미나’에 참석한 리차오밍(왼쪽) 상장, 허웨이둥(가운데) 상장, 류전리(오른쪽) 상장. 각각 육군사령관, 군사위부주석, 중앙군사위 위원으로의 승진이 예상된다고 베이징 내부 사정에 밝은 홍콩 성도일보가 보도했다. CC-TV 캡처

지난달 21일 베이징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 및 군대 개혁 세미나’에 참석한 리차오밍(왼쪽) 상장, 허웨이둥(가운데) 상장, 류전리(오른쪽) 상장. 각각 육군사령관, 군사위부주석, 중앙군사위 위원으로의 승진이 예상된다고 베이징 내부 사정에 밝은 홍콩 성도일보가 보도했다. CC-TV 캡처

군 인사도 20대 주요 관전 포인트다. 지난달 21일 세미나에 참석한 리차오밍(李橋銘·61·상장) 전 북부전구 사령관 가슴의 육군 표식을 볼 때 류전리(劉振立·58·상장) 육군 사령관 후임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23일 예측했다. 젊은 류전리 상장은 중앙군사위 기관 흉장을 패용했다. 차기 중앙군사위 진입이 예상된다.

리차오밍 상장은 지난 2013년 7월 당 이론지 『홍기문고(紅旗文稿)』에 구소련 해체 이유를 당군(黨軍)의 부재에서 찾은 “소련군대 ‘비당화(非黨化)’의 역사 비극”을 기고해 시 주석의 관심을 받았던 실세 장군이다. 허웨이둥(何衛東·65·상장) 전 동부전구 사령관도 주목된다. 시 주석의 정치적 기반인 푸젠(福建) 31집단군 참모장 출신이다. 성도일보는 먀오화(苗華·67·상장) 정치공작부 주임과 함께 허 상장을 권력서열 25위의 중앙정치국에 입국(入局)할 중앙군사위 부주석 후보로 전망했다.

지난달 26일 차이치(蔡奇, 사진 가운데) 베이징 당 서기가 ‘시 지도 간부 회의’를 소집해 임박한 20대 당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베이징TV 캡처

지난달 26일 차이치(蔡奇, 사진 가운데) 베이징 당 서기가 ‘시 지도 간부 회의’를 소집해 임박한 20대 당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베이징TV 캡처

‘제로 코로나’ 피로감이 복병

20대의 복병은 중국이 자랑해 온 ‘제로 코로나’다. 봉쇄를 불사하는 방역으로 인한 피로감이 사회 전반에 누적되면서다. 당 중앙위원회는 최근 지방에 “방역과 사회 안정 유지 업무의 특수한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할 것”을 통보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지난달 22일 보도했다. 특히 대학 방역과 시위를 암시하는 대학생 사건에 주의하도록 지시했다.

지난달 26일 차이치(蔡奇) 베이징 당 서기는 ‘시 지도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 “당의 20대 서비스 보장 업무를 훌륭히 수행하는 것은 당 중앙이 우리에게 부여한 영광스러운 정치 임무이자 중대한 정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경절 연휴 대학 교정 방역에 전력을 다하라”고 하달했다.

시진핑 3연임이 굳어지면서 20대 인사는 후계 구도와 차기 총리 인사가 주목된다. 하지만 여전히 베일 속이다.

당 중앙위원회를 구성하는 370여명의 중앙위원 및 후보 중앙위원의 선출 방식도 주목된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17대를 앞둔 지난 2007년 6월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총서기는 투표를 적극 활용했다. 영도 간부회의를 소집해 ‘민주추천표’로 불리는 오렌지색 투표지로 63세 미만 장관급 간부 및 군구급 이상 장성 200여명 중 정치국원 및 상무위원 후보를 선출했다. ‘참고용’이란 꼬리표가 붙었지만 투표는 투표였다.

시 주석은 이런 투표를 놓고 “표의 무게가 지나치게 강조된다”며 “멋대로 한 투표에 진짜 민의는 없다”며 선호하지 않았다. 2017년 19대에 앞서 직접 57명을 면접했다. 19대 지도부 선발을 놓고 “당과 국가 지도자라고 ‘철 모자’는 아니다. 나이가 부합한다고 계속 지명하지 않았다. 인선의 근거는 정치표현, 청렴도, 업무 수요이며 유임과 전직, 승진과 강등 모두 가능했다”고 중국 관영지는 설명했다. 실제 정치국원 중 67세이던 리위안차오(李源潮), 64세 류치바오(劉奇葆)와 장춘셴(張春賢)이 정치국에서 퇴출됐다.

지난달 19일 당 중앙판공청이 돌연 ‘능상능하’(能上能下·능력에 따른 발탁과 조기 퇴임이나 강등을 규정한 인사 정책)’ 규정을 발표했다. 노령 위원들을 겨냥한 한 출국(出局, 정치국 퇴출) 인사의 예고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왕치산 국가부주석 진퇴 주목  

지난달 30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열사기념일 행사에서 시진핑(사진 오른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과 왕치산(사진 왼쪽) 부주석 등 중국공산당 수뇌부가 인민영웅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열사기념일 행사에서 시진핑(사진 오른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과 왕치산(사진 왼쪽) 부주석 등 중국공산당 수뇌부가 인민영웅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왕치산(王岐山·74) 국가부주석의 진퇴도 주목된다. 19대 정치보고를 검토한 지난 7월 말 장관급 간부 세미나 주석단에 7명의 상무위원 옆으로 당직이 없는 왕 부주석이 앉았다. 후계자가 맡았던 국가부주석 직을 고령의 왕치산이 다시 연임한다면 후계 압박 없이 2027년 시진핑 4연임을 암시하는 복선 인사가 된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왕치산 부주석의 진퇴는 중공 후계 구도와 맞물려 20대의 핵심 관전 포인트”라며 “단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왕 부주석의 연임 여부는 내년 3월에야 판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96세 노령인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개막식에 참석해 존재감을 과시할지 여부, 20기 1중전회 다음날 인민일보 1면에 실릴 신임 총서기 사진의 크기, 현재 “조국통일 완성”에 그친 당 헌법에 “조국의 완전한 통일 실현”으로 대만 정책이 강화될지 여부 등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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